부산시 감만동에 위치한 연합철강 강관사업본부 박의근(51) 기감의
작업현장은 언제나 뜨겁다.

그가 하는 일은 강관공장에서 뜨거운 쇳물로 각종 파이프를 만들어
내는 것.

"고함쟁이"라는 별명을 들어가며 이 곳에서 일한지 올해로 26년째다.

그 결과 기술인으로서 정상의 자리인 "명장" 칭호를 수여받았다.

그러나 박기감이 단지 오랜 세월동안 한 우물만을 파왔다는 이유로
명장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투박한 손마디에 배인 "장인의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박기감의 손기술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제품은 농원용 파이프.

시장성은 높지만 부식되기 쉬워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못했던 제품이다.

박기감은 부식되는 부분인 용접부에 아연 부착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개발, 국내 처음으로 농원용 파이프를 양산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실을 감는데 필요한 고강도 실타레 파이프등 7가지의 신제품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원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정흐름을 만들어
연간 1억7천만원의 원가를 줄였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만 있던 제품을 실제로 팔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언제나 그의 몫이었다.

박기감은 또 강관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공정을
개선했다.

운반공정의 물류흐름도 개선해 조업시간도 단축시켰다.

그 결과 연간 2억여원의 원가를 줄일 수 있었다.

또 작업장내 아연분진을 제거할 수 있는 집진시설을 설치해 작업장
환경을 크게 바꿔놨다.

"파이프산업은 고품질의 신제품만 만들어내면 언제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큰 잠재시장을 가진 자동차용 파이프 개발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끈기와 열정만 있으면 반드시 영광은 돌아오게 돼 있습니다"

세계에서 품질이 가장 우수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입사때의 꿈을
후배들과 함께 이뤄보겠다는 게 박기감의 포부다.

< 부산 = 김태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