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기업인] '중견그룹 회장' .. "시테크경영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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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사는 경영전략"
거평그룹의 나승렬 회장은 기업인수.합병(M&A)을 이렇게 표현한다.
창업해서 일정수준까지 기업을 키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우량기업을 선별해서 사들일 경우 단시간안에 외형을 키우는
효과를 얻을수 있다.
기업의 M&A는 "급성장"의 특효약이란 얘기다.
신흥그룹 회장들은 이런 "시테크 경영"의 마술사들이다.
걸어온 길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같이 나름의 "축지법"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창업 20년 안팎이라는 짧은시간안에 중견그룹을 일궈낸 것이다.
떠오르는 중견그룹 회장들의 대표적인 시테크 경영기법이 M&A다.
거평 신호 나산 신원등 신흥중견그룹중 M&A전략을 구사하지 않은 기업군은
거의 없다.
우선 거평의 계열사를 보자.거평은 현재 2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가운데 손수 창업한 회사는 거평건설등 불과 7개.
나머지 15개는 모두 인수한 기업이다.
창업 18년만에 거평을 재계 28위로 올려놓은 것도 이런 왕성한 식욕이었다.
신호그룹은 아예 탄생부터 M&A와 궤를 같이 한다.
지난 77년 당시 샐러리맨이던 이순국 회장은 회사(온양팔프)가 법정관리에
넘어가자 법정관리인의 자격으로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아예 회사를
인수해버렸다.
그후 경영자로 변신한 이회장은 한국강관 모나리자 삼익 환영철강등
17개의 기업을 인수하며 신호의 계열사를 33개로 불렸다.
그러나 거평과 신호그룹의 M&A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거평이 "알짜배기"기업만을 골라 인수하는 "미식가"라면 신호는 도움이
필요한 부실기업이라면 마다않고 떠안아 회생시키는 "대식가"인 셈이다.
나산그룹도 "M&A로 성공한 기업군"에 속한다.
나산그룹이 3대 주력사업으로 내세우는 패션 유통 건설중 패션을 제외한
2개 사업이 M&A를 기반으로 진출한 사업이다.
나산종합건설은 지난 91년, 나산백화점은 94년에 각각 매입했으며
지난해에는 건설업체 송산과 광주방송도 사들였다.
신원그룹도 별 차이가 없다.
모태인 의류와 건설외에 나머지 사업은 모두 M&A를 통해 신규진출했다.
광명전기 제일물산 지원산업 신원창투등 5개 계열사가 인수한 기업들이다.
이랜드의 경우는 다소 색다르다.
성장원동력으로 M&A를 택하는 대신 "핵분열"전략을 엔진으로 썼다.
물론 이랜드도 켄싱톤호텔 센토백화점 영국 의류업체 글로버럴등 3개
업체를 지난해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보다는 브랜드를 하나 시판할때마다 별도 사업본부로 떼내
운영하는 핵분열식 경영기법이 주를 이룬다.
지난 86년 "이랜드"를 법인으로 등록한 이래 매년 2~3개, 많게는 한해에
6개의 사업본부(브랜드)를 발족하며 계열사를 총 36개로 불렸다.
덕분에 지난 80년 이화여대앞에서 양품점으로 출발한 이랜드는
매출1조3백억원(96년기준)을 올리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부동산에 대한 안목"도 신흥그룹 회장들의 빼놓을 수 없는 급성장
비결이다.
특히 나산 안병균 회장의 테헤란로 부동산 투자는 유명한 성공담이다.
나산그룹의 안회장은 지난 81년 서울 테헤란로에 1천6백여평의 땅을
평당 1백만원에 사뒀다.
초원의 집, 무랑루즈등 극장식 식당운영으로 벌어들인 돈이 밑천이 됐다.
7년뒤 테헤란로 개발붐과 함께 나산은 이 땅에 오피스빌딩인 상제리제
빌딩을 지어 평당 3백50만원에 분양했다.
여기서만도 수십억원을 남긴 셈이다.
거평 나회장도 황금땅을 고르는 능력에는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88년 서초동 센추리오피스텔이나 지난해 거평프레야 분양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들 회장은 M&A나 부동산 개발같은 경영비법 외에도 독실한 신앙의
기초위에서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주목된다.
"신원"이라는 그룹명의 뜻은 "믿음을 으뜸으로 하는 기업"이다.
그만큼 신원에는 기독교적 신앙정신이 깊숙이 배어있다.
월요일 아침이면 신원의 전세계 25개 사업장에서는 일제히 예배가
진행된다.
일요일에는 절대로 매장문을 열지 않는다.
지난 90년 수출전업이던 신원이 내수시장에 첫 진출할때부터 세워진
원칙이다.
패션업계에서 일요휴무란 "한손 묶고 하는 권투시합"과 같다.
따라서 일요휴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치열한 내수경쟁에서 싸워이기기
위해서는 고객을 사로잡을 기발한 마케팅전략이 필요했다.
신원이 멀티브랜드숍, 신용판매, 패션홍보등 신마케팅 기법을 국내업계
최초로 선보이며 공격적인 경영으로 빠른 시간안에 의류업계 정상에
오를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신원의 "기독교적 경영"스타일 때문이다.
이랜드그룹 역시 "일요휴무"를 고집하는 크리스천 기업군이다.
이랜드에는 없는게 많다.
우선 "접대비"가 없다.
접대는 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청소부도 없다.
건물 청소는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직접 한다.
여름에도 그 흔한 에어컨 한대 구경하지 못한다.
야근을 해도 특근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그래도 불만스러워하는 직원들은 없다.
이런 "짠돌이"경영은 모두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신호그룹은 불교 색채가 짙은 기업군이다.
신호 이회장의 "기업생명체론"도사실 불교에 뿌리를 둔 경영철학이다.
신호의 태국 현지법인 "신호타이"입구에는 석탑이 세워져 있을 정도다.
하루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탄생하고 쓰러지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이들
그룹총수는 저마다의 "비법"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은 없다.
경영환경이 바뀌고 그룹의 위상이 달라지면 전략도 변해야 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국내경제 구조나 그룹의 위상으로 볼때 더이상의 "급성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이 "엑셀러레이터 밟기"일변도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세련된
브레이크 구사"의 다툼이다.
이제 신흥중견그룹 총수들의 향후 성적표는 소프트랜딩 점수에 달렸다는
얘기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
거평그룹의 나승렬 회장은 기업인수.합병(M&A)을 이렇게 표현한다.
창업해서 일정수준까지 기업을 키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우량기업을 선별해서 사들일 경우 단시간안에 외형을 키우는
효과를 얻을수 있다.
기업의 M&A는 "급성장"의 특효약이란 얘기다.
신흥그룹 회장들은 이런 "시테크 경영"의 마술사들이다.
걸어온 길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같이 나름의 "축지법"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창업 20년 안팎이라는 짧은시간안에 중견그룹을 일궈낸 것이다.
떠오르는 중견그룹 회장들의 대표적인 시테크 경영기법이 M&A다.
거평 신호 나산 신원등 신흥중견그룹중 M&A전략을 구사하지 않은 기업군은
거의 없다.
우선 거평의 계열사를 보자.거평은 현재 2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가운데 손수 창업한 회사는 거평건설등 불과 7개.
나머지 15개는 모두 인수한 기업이다.
창업 18년만에 거평을 재계 28위로 올려놓은 것도 이런 왕성한 식욕이었다.
신호그룹은 아예 탄생부터 M&A와 궤를 같이 한다.
지난 77년 당시 샐러리맨이던 이순국 회장은 회사(온양팔프)가 법정관리에
넘어가자 법정관리인의 자격으로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아예 회사를
인수해버렸다.
그후 경영자로 변신한 이회장은 한국강관 모나리자 삼익 환영철강등
17개의 기업을 인수하며 신호의 계열사를 33개로 불렸다.
그러나 거평과 신호그룹의 M&A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거평이 "알짜배기"기업만을 골라 인수하는 "미식가"라면 신호는 도움이
필요한 부실기업이라면 마다않고 떠안아 회생시키는 "대식가"인 셈이다.
나산그룹도 "M&A로 성공한 기업군"에 속한다.
나산그룹이 3대 주력사업으로 내세우는 패션 유통 건설중 패션을 제외한
2개 사업이 M&A를 기반으로 진출한 사업이다.
나산종합건설은 지난 91년, 나산백화점은 94년에 각각 매입했으며
지난해에는 건설업체 송산과 광주방송도 사들였다.
신원그룹도 별 차이가 없다.
모태인 의류와 건설외에 나머지 사업은 모두 M&A를 통해 신규진출했다.
광명전기 제일물산 지원산업 신원창투등 5개 계열사가 인수한 기업들이다.
이랜드의 경우는 다소 색다르다.
성장원동력으로 M&A를 택하는 대신 "핵분열"전략을 엔진으로 썼다.
물론 이랜드도 켄싱톤호텔 센토백화점 영국 의류업체 글로버럴등 3개
업체를 지난해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보다는 브랜드를 하나 시판할때마다 별도 사업본부로 떼내
운영하는 핵분열식 경영기법이 주를 이룬다.
지난 86년 "이랜드"를 법인으로 등록한 이래 매년 2~3개, 많게는 한해에
6개의 사업본부(브랜드)를 발족하며 계열사를 총 36개로 불렸다.
덕분에 지난 80년 이화여대앞에서 양품점으로 출발한 이랜드는
매출1조3백억원(96년기준)을 올리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부동산에 대한 안목"도 신흥그룹 회장들의 빼놓을 수 없는 급성장
비결이다.
특히 나산 안병균 회장의 테헤란로 부동산 투자는 유명한 성공담이다.
나산그룹의 안회장은 지난 81년 서울 테헤란로에 1천6백여평의 땅을
평당 1백만원에 사뒀다.
초원의 집, 무랑루즈등 극장식 식당운영으로 벌어들인 돈이 밑천이 됐다.
7년뒤 테헤란로 개발붐과 함께 나산은 이 땅에 오피스빌딩인 상제리제
빌딩을 지어 평당 3백50만원에 분양했다.
여기서만도 수십억원을 남긴 셈이다.
거평 나회장도 황금땅을 고르는 능력에는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88년 서초동 센추리오피스텔이나 지난해 거평프레야 분양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들 회장은 M&A나 부동산 개발같은 경영비법 외에도 독실한 신앙의
기초위에서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주목된다.
"신원"이라는 그룹명의 뜻은 "믿음을 으뜸으로 하는 기업"이다.
그만큼 신원에는 기독교적 신앙정신이 깊숙이 배어있다.
월요일 아침이면 신원의 전세계 25개 사업장에서는 일제히 예배가
진행된다.
일요일에는 절대로 매장문을 열지 않는다.
지난 90년 수출전업이던 신원이 내수시장에 첫 진출할때부터 세워진
원칙이다.
패션업계에서 일요휴무란 "한손 묶고 하는 권투시합"과 같다.
따라서 일요휴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치열한 내수경쟁에서 싸워이기기
위해서는 고객을 사로잡을 기발한 마케팅전략이 필요했다.
신원이 멀티브랜드숍, 신용판매, 패션홍보등 신마케팅 기법을 국내업계
최초로 선보이며 공격적인 경영으로 빠른 시간안에 의류업계 정상에
오를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신원의 "기독교적 경영"스타일 때문이다.
이랜드그룹 역시 "일요휴무"를 고집하는 크리스천 기업군이다.
이랜드에는 없는게 많다.
우선 "접대비"가 없다.
접대는 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청소부도 없다.
건물 청소는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직접 한다.
여름에도 그 흔한 에어컨 한대 구경하지 못한다.
야근을 해도 특근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그래도 불만스러워하는 직원들은 없다.
이런 "짠돌이"경영은 모두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신호그룹은 불교 색채가 짙은 기업군이다.
신호 이회장의 "기업생명체론"도사실 불교에 뿌리를 둔 경영철학이다.
신호의 태국 현지법인 "신호타이"입구에는 석탑이 세워져 있을 정도다.
하루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탄생하고 쓰러지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이들
그룹총수는 저마다의 "비법"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은 없다.
경영환경이 바뀌고 그룹의 위상이 달라지면 전략도 변해야 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국내경제 구조나 그룹의 위상으로 볼때 더이상의 "급성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이 "엑셀러레이터 밟기"일변도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세련된
브레이크 구사"의 다툼이다.
이제 신흥중견그룹 총수들의 향후 성적표는 소프트랜딩 점수에 달렸다는
얘기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