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국 < 이화여대 교수 >

지난 4월말 현재 국내취업 외국인 근로자수는 약 23만명으로 전체
취업인구의 약 1.1% 수준에 이른다.

이 가운데 94년 도입된 산업기술연수제도에 따라 취업한 연수생은
총 8만9백15명(35%)에 달하고 불법체류자는 약 13만4천명으로 전체
외국인력의 57.9%나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94년 "산업기술연수제도"를 도입하면서 외국인력을
연수생 신분에 한정하여 제한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 제도로 인해 그간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난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보다 수입이 높은 직장으로의
무단이탈, 인력도입과정의 비리발생 등 문제점도 드러났다.

최근 노동부와 재경원이 주축이 되어 "외국인근로자의 고용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 법률안은 고용허가제를 도입하여 외국인력의 취업을 합법화, 임금
등 근로조건을 국내 근로자와 동등하게 하고 외국인력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고용분담금"을 부과하는 한편 외국인력 도입및 관리체계를
노동부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계와 중기청 통산부, 그리고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
5단체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국내근로자와 동등하게 대우하면 중소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즉 기본급외에 상여금 퇴직금 연월차수당 지급으로 외국근로자 1인당
한달에 약25만원 정도의 추가 인건비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고용분담금 부과로 인해 외국인력 활용에 따른 저임메리트가
상실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산업기술연수제도는 도입초기 일부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그동안의 제도개선과 관계기관별 대책수립에 따라 94년도에 53.7%에
달하던 연수생들의 직장이탈률이 96년에는 1.4%에 그치는 등 안정적인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송출비리는 인력 송출국가의 내부문제이기 때문에 고용허가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근절될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것.

따라서 현재의 산업기술 연수제도의 문제점을 정비 보완하는 선에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두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필자는 나름대로
외국인 근로자 도입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외국인력 도입과 관련해 대원칙이 되어야 할 세가지 점이 있다.

그 첫째는 외국인력의 총량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이민을 받아들이는 국가가 아니며 노동력의 부족현상이
언제까지나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외국노동력이 무제한적으로,
유입되는 것은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

두번째는 외국인력 고용은 한시적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에서도 직종선택
임금수준에서 엄연한 차별을 두고 있으며 결혼 가족동반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사례를 감안할 때 이들 국가도 결국 외국인력의 총량적
규제와 한시적 고용을 기본틀로 하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세번째는 국내기업,특히 중소제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외국인력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중소기업의 생산활동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혹시라도 외국인력 고용허가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외국인력이 제조업을
기피하고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수 있는 서비스업종(유흥업소등)에 몰리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야기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대원칙하에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산업기술연수생제도는 본래 외국의 단순인력 도입으로 국내
중소업체의 고용문제를 해결한다는 목적 이외에도 기술이전, 경제발전 지원,
시장개척(한국산 기계에 적응된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자본재수출의 교두보
마련)등의 목적도 있는 만큼 이 연수제도의 전면 폐지가 국익에 부합된다고
보기 어렵다.

폐지보다는 제도개선을 통해 이 제도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일부에서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해야 하는 근거로서 현행 산업기술연수제도가
임금 메리트가 더이상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연수생고용시 임금 메리트가 중소제조업체 입장에서 중요한 이유중 하나가
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설문조사에서 외국인력을 사용하는 이유로
"임금이 저렴하다" "쉽게 구할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모티베이션으로
조사되고 있다.

산업기술 연수제도는 도입된지 3년정도 경과되었으나 이 제도에 대한
평가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철저한 평가없이 서둘러 폐지하거나 전면적으로 손질한다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있다고 본다.

산업기술 연수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고용허가제도로
바뀐다고 해서 일거에 해소될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노동력은 물적자원과는 달라서 한번 도입되면 이를 취소하거나 되돌리기가
어렵다.

따라서 지금의 시각으로 불법취업자를 대량으로 합법화하는 조치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독일이 통일후 동독지역에 있던 외국인 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베트남인들의 송환을 위해 베트남에 막대한 경제원조를 제공한 선례에서
보듯이 외국인력 도입문제를 반드시 경제적인 시각에서만 봐서도 안된다.

외국인 근로자 문제는 문화적 갈등, 사회적 적응문제 등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요인도 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