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사이버 시대다.

과거 글자를 모르던 사람을 문맹이라고 했듯 이제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은 컴맹, 그리고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은 넷맹이 되어 버렸다.

컴퓨터를 이용해 업무간소화와 효율화를 꾀하는 한편 다양한 정보가
떠다니고 있는 인터넷상의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 유익한 정보수집은 물론
지적 호기심을 맘껏 충족시킬수 있다는 것은 분명 문명의 혜택이고 현대인이
누릴 수 있는 특혜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사이버 문화는 성인은 물론 학생들에게 더 인기다.

초등 학생들도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보다는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놀기를 더 즐기며 과거 우리들이 자랄 때 놀이와 정서의
바탕이 되었던 산과 들 냇가를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의 가상공간에서 만난다.

또 최근에는 사이버 페트라고 하는 디지털 애완동물 게임기가 국내에
상륙, 어린이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다마고치라는 상품이 그 원조격이라는 이 게임기는 실제
애완동물을 키우는 과정을 프로그램화해 사용자가 먹이를 주고 오물도
치우는 등 돌봐줘야 하는데 조건이 잘 맞지 않을 경우 동물이 죽어버리는,
한마디로 직접 애완동물을 키울수 없는 상황에서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수
있게한 게임기다.

하지만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이 인기있는 게임기와 소음으로 수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기는가 하면 "쉽게 죽고 다시 사는" 게임기의 성격상
아이들이 자칫 생명경시 풍조에 만연될수 있다는등 염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우리의 꿈나무들이 문명의 최첨단을 걷고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라 할수
있지만 자칫 정서가 고갈되거나 인간성을 상실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아이들은 새로운 문화에 대해 비판없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인다는데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고 할수 있다.

최첨단 문화의 혜택 속에서도 자신이 인간임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은
사이버 시대를 사는 우리들과 우리의 아이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