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문화의 대명사로 인식됐던 만화가 21세기 황금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만화는 이제 코흘리개 돈이나 노리는 3류산업이 아니다.

만화시장의 패권을 거머쥐는 국가가 21세기 세계경제의 맹주로
군림할지도 모른다는게 미래학자와 경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사실 현재 만화및 만화파생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산술적으로
추산하는것은 불가능할 정도.

"미녀와 야수" "라이온킹" 등 윌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전세계 극장과
안방을 점령하며 벌어들이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그러나 만화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여기서 끝난다면 "만화가
세상을 움직인다"며 호들갑을 떨일도 아니다.

이들 만화산업의 거대한 잠재력은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캐릭터상품 전자오락 테마파크 등 만화파생산업에 있다.

"만화산업이 1개의 부가가치를 낳는다면 만화파생산업은 20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디즈니 등 외국만화산업계의 기본계산법이다.

미국의 한 만화잡지가 지난 1939년 탄생시킨 캐릭터 "배트맨"의 사례를
통해 가공할만한 "캐릭터 비즈니스 빅뱅"을 조금이나마 엿볼수 있다.

지난해 말까지 배트맨 캐릭터의 사용료로 완구업체 문구업체 의류업체
및 여타 기업들이 지불한 로열티만도 1조6천억원.

텔레비전드라마 극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끊임없이 리바이벌되고 있는
불사신(?) 배트맨캐릭터가 앞으로 벌어들일 돈은 상상조차 하기가 힘들다.

캐릭터 비즈니스가 완구회사 의류같은 유형의 캐릭터상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친숙한 만화 캐릭터들이 기업이나 제품이미지 고양을 위해
광고나 커뮤니케이션수단으로 적극 활용되는 추세이다.

전자오락게임도 캐릭터와 함께 만화파생산업의 양대축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게임메이커인 닌텐도와 세가가 연간 벌어들인 순수익이
1조2천여억원, 우리나라 경제를 선도하는 반도체 3사가 전성기때 벌어들인
수익과 맞먹는 액수다.

닌텐도와 세가에 근무하는 인력은 3천명정도.

장비라야 수십대에 불과한 입체그래픽컴퓨터가 전부다.

더구나 게임산업은 경기 사이클의 기복이 심한 반도체산업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직상승적 독점이익을 구가하고 있다.

물론 전자오락게임을 일괄적으로 만화파생상품의 범주에 넣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일본이 "제2차 태평양전쟁"이라고 불리는 만화전쟁을 벌이며
미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도 전자오락게임을 만화와
접목시키면서다.

이밖에 디즈니랜드로 대표되는 테마파크의 위력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 손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