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학교 약대교수 성희롱 사건으로 대학가가 들끓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말 지도교수의 성희롱 문제로 총장에게 진정서를 제출한
제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던 약대 구양모 교수를 무고 혐의로 전격
구속했다.

현직교수가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에따라 대학내에서는 성희롱 문제가 다시 급부상, 이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관악여성연대모임 등으로 구성된 "학내 성폭력문제
해결과 근본적 대책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구교수의 무고죄에는
성폭력 혐의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구교수가 피해자와 대학사회에 공개
사과하고 성폭력 근절을 위한 학칙을 제정할 때까지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공표.

대학신문 최근호는 "성적 괴롭힘의 문제는 1차적으로 대학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러나 현재 학내에서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가해자의
양심 뿐"이라며 학칙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

일부 교수들은 학내 성희롱 방지를 위한 "윤리장전"의 제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학생생활연구소는 "성적 괴롭힘에 대한 정책안"을 마련, 교내에서
발생하는 성문제를 조사할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추진중이다.

학교측은 사제간뿐 아니라 학생간 성희롱 사건이 빈발함에 따라 신입생을
대상으로 성문제 관련 교양강좌개설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학문적 업적은 인정하지만 스승이 곧 고귀한 인격
으로 통하지 않는 것이 요즘 대학가의 현실"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학내
교수의 위상이 손상받지 않을까 우려.

지난 94년부터 여학생처에 성폭력신고전화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 연세대는
성폭력사건 방지를 위해 학내치안을 맡을 상설 "풍기 순찰대" 발족을 준비
하는 등 교내 성폭력 방지에 부심하고 있다.

또 성균관대는 지난 3월 자취방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을
계기로 4월 중순 재발방지를 위해 교수 10명으로 "성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총여학생회는 성폭력과 예방 등을 주제로 공개강좌를 잇따라
개최했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