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의 대세장악을 위한 대선주자들의 물밑 탐색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권력분산론"에 대한 논의가 부쩍 활발해 지고 있다.

권력분산론이란 현행 대통령 중심제 헌법을 유지하면서도 헌법상에 반영된
이원집정부제적 또는 내각제적 요소를 최대한 살려 대통령에게로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자는 주장이다.

총리의 각료제청권을 살려주고 집권당의 대표나 국회의장등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하는데서 탈피해 정치의 중심이 당과 국회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를 위해 집권당 대표는 정치적 비중이 큰 인물로 임명하거나 선출해
당 운영에 상당한 재량권을 주고 국회의장도 집권당 내부에서 후보를 먼저
선출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일부 주자들은 다음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 한다.

청와대나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이같은 권력분산론은 결국 차기 대통령이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 하는 문제로 귀결될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권력분산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여권 주자들중
현재까지의 경선판세상 누구도 아직 대세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합종연형이 불가피하고 권력분산론은 소위 "짝짓기"에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후보진영이 권력분산론을 매개로 그리는 합종연형의 밑그림은
너무나 판이하다.

이회창 대표는 자신이 후보가 되고 몇몇 유력한 주자를 끌어안는 구도를
구상하고 있는 반면 박찬종 이한동 고문 등은 반 이대표 진영내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쪽으로 상대측의 의중을 탐색하고 있는 단계다.

이대표의 경우 지역적으로 취약한 부산.경남과 호남지역에서 각각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박찬종 고문이나 김덕룡 의원을 권력분산의 울타리안으로
끌어들일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이대표측은 이같은 연합구도가 성사될 경우 경선 1차 투표에서 곧바로
후보로 확정될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능성이 희박 하지만 박고문이 이대표를 지지할 경우 두사람의 높은
대중성에다 PK지역의 지지세까지 가세, "이회창 대세론"은 날개를 다는 격이
될 것이다.

이대표측이 그리는 구도가 성사되고 본선에서 승리할 경우 다음 정권에서
박고문과 김의원은 차차기와 관련해 상당한 발판을 다질수 있는 주요 포스트
에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박고문과 김의원측은 그러나 이대표를 후보로 하는 연합구도의 성사 가능성
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대표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이대표가 앞서가는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1차
투표 결과를 보면 예상이 빗나갔음이 증명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의원측은 이대표의 권력분산론에 대해 "전당대회에서 이기기 위해
합종연횡의 한방법으로 제기한 전략적 차원의 발상"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두번째로 가상해 볼수 있는 반 이회창 그룹내에서의 합종연형은 박찬종-
이한동, 박찬종-이수성 고문간의 연합이다.

세사람이 한데 뭉치는 경우도 상정할수 있다.

어느 하나만 성사되더라도 경선판세는 결정적이라고 볼수 있다.

하지만 이들 3인은 서로 자신이 후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1차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라야 역할이 정해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찬종 이한동 고문이 손을 잡을 경우 박고문의 PK 지역기반및 높은 대중적
지지도와 이고문의 탄탄한 당내기반이 합쳐져 엄청난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고문은 특히 경기등 중부권에서의 지역적 지지기반도 만만치 않기 때문
이다.

박찬종 이수성 고문이 제휴할 경우 가장 많은 대의원을 가진 영남권을
한묶음으로 엮어낼수 있게 되고, 당내 최대계보인 정발협의 지원도 손쉽게
유도해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합종연형 등에 아직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김덕룡 의원의 향후
행보도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김의원이 1차 투표에서 2위안에 들지 못할 경우 결국은
이대표를 지지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의원이 이대표쪽에 가담할 경우 경선구도는 이회창 김덕룡 나라회와
이수성 박찬종 이한동 정발협간의 대결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어쨋든 권력분산론은 내달 21일의 후보선출때 까지 논의의 피크를 이루겠
으나 그 이후에도 여권 결속 방안의 "묘수"로 계속 남아있을 전망이다.

경선탈락자들의 탈당을 방지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권력분산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 권력분산에 대한 경선주자 입장 ]]]

<> 이회창 -총리가 집권당에서 부분 조각권 행사
-국회의장.원내총무 의원 직선

<> 이홍구 -통일.안보.외교는 대통령이 맡고
내정에 관한 행정은 총리가 전담하는 책임총리제
-총리후보는 경선.대선과정에서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서 가시화

<> 이한동 -헌법에 보장된 내각제적 요소를 살려 총리에 실질적 권한 부여


<> 이수성 -대통령은 외교안보를, 총리는 내치를 담당하는
프랑스식 이원집정제

<> 박찬종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실질 권한 인정
-당 대표와 주요 당직 선출직 전환

<> 김덕룡 -현 시점에서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 최병렬 -총리에게 실질적 인사 제청권 부여,
고위 공무원 인사 청문회 도입
-대통령 여당총재 겸임 불가
-국회의장.원내총무.상임위원장 의원 직선


<> 이인제 -통일시대 대비, 강력한 대통령제 필요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