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에서 부터 비행기부품까지"

플라스틱제품의 물결이 산업계와 소비생활 구석구석에까지 깊숙이 퍼지고
있다.

자동차부품과 껍질 모터보트 비행기동체 등은 물론이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이동식화장실 인조가죽 컴퓨터부품에서부터 요즘엔
이쑤시개 가로수보호대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단단하긴 하지만 오래도록 썩지 않고 소각하면
유독가스를 내뿜는다는 인식때문에 한때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독성재질이나 다른 재료와 혼합해 기능을 높인 복합재료등이
속속 등장하는 등 가공기술이 점차 발달하면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비슷한 강도를 지닌 다른 금속 등에 비해 월등히 가벼운데다 가공하기도
쉬운 장점을 지닌 플라스틱이 경량화및 가공의 용이성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골칫덩어리이던 플라스틱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이같은 추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따라 플라스틱이 종래 철강 금속 나무 섬유 등을 대체하는 분야가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플라스틱의 위력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철강업계로
하여금 새로운 재질의 제품을 개발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플라스틱화가 가장 빨리 진행중인 분야중 하나는 경량화요구가
큰 자동차 비행기 등 탈 것 산업.

기아모텍은 기아자동차에 공급하는 스포츠카 엘란의 차체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납품하고 있고 삼원테크는 엔진에 공기를 공급해주는
인테이크매뉴폴더를 플라스틱소재로 개발중이다.

소형차의 도어트림도 플라스틱화가 진행중이며 연료탱크의 재질은 이미
스틸에서 교체됐다.

이밖에도 여러 부품들에 플라스틱화가 시험중이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현재 10%수준인 플라스틱재질 사용비중이 조만간
20%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삼성항공 등이 국내 처음으로 제작에 성공, 지난 3월말 시험비행한
쌍발복합재료항공기의 동체는 한국화이바가 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한
것이다.

또 덕성화학은 폴리우레탄 PVC 등을 이용한 인조가죽제품을,
성강프라스틱은 FRP로 이동식화장실을 몇해전부터 만들고 있으며
오주레진은 폴리에틸렌으로 위생물탱크 원형거푸집 맨홀 등 다양한
건자재를 만들어 시판, 인기를 끌고 있다.

누수와 유독성문제 등이 플라스틱사용에 걸림돌로 작용해오던
상하수관분야도 연구와 신제품개발이 한창이다.

상수관의 경우 납 등 중금속 성분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무독성
PVC수도관이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광주시의 중소 PVC파이프업체인 고리의 경우 가장 먼저 중금속이
포함되지 않은 안정제를 넣은 수도관 "HI-3P"를 지난해부터 시판하고
있다.

또 진안 신한영 평화 대양 영신 등 5개 플라스틱업체는 원료공급업체인
LG화학과 공동으로 "토플라"라는 이름의 무독성 파이프를 개발했다.

신우산업 세흥화학 현대산업 등도 개발을 마치고 생산을 시작했거나
준비중이다.

강원프라스틱 남양산업 동명 등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지방자치단체가 앞으로 이 무독성관으로 PVC나 강관 스테인리스
수도관을 대체함으로써 연간 시장규모가 1천억원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도 열융착공법으로 접합함으로써 물 가스 등이
새지않는 전자식 폴리에틸렌이음관을 국산화했다.

하수관의 경우 강원프라스틱이 최근 주름진 외부관과 미끈한 내부관을
복층으로 접합하는 이중 주름벽 제조기술을 이용해 외부충격에 강하고
이음새도 O자형 고무링을 부착해 누수되지 않는 PVC하수관을 내놓았다.

또 태양산업은 PVC배수관의 소음을 50%가량 줄인 저소음 PVC이중
파이프로 최근 NT마크를 획득했다.

요즘엔 고려화학 대진데코레이션타일 LG화학 한화종합화학 등에서
생산되는 PVC바닥재가 인기를 모으고 있고 중소기업에서는 두암산업이
방음제를 만들고있다.

이같은 현상은 플라스틱사용의 큰 장애로 작용하던 플라스틱쓰레기문제가
재활용기술발달로 해결돼가고 있어 더욱 가속화될 전망.

현재 프라스틱조합은 온갖 폐플라스틱을 한꺼번에 고형연료로 만들어내는
기계를 들여와 재활용사업을 벌이고 있고 진도종합건설은 폐합성섬유를
재생해 건자재를 만드는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또 세일산업은 여러 플라스틱쓰레기들을 한데 모아 강도높은 하수관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 사업화를 추진중이다.

프라스틱조합의 나근배 이사는 "일본에서는 플라스틱과 나무를
50대50정도의 비율로 섞어 나무모양을 내는 건자재도 만들어 쓰고 있을
정도"라며 "앞으로 국내에서도 관련기술이 발달되어 갈수록 그 용도도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