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신도시가 미디어밸리 조성지로 확정돼 "한국판 실리콘밸리"
조성공사가 이달중에 본격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민간기업들이 주축이 된 미디어밸리 추진위원회와 인천시는 지난 9일
미디어밸리 조성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함으로써 치열했던 유치경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추진위가 지난해말 송도신도시를 후보 1순위로 선정했을 때 부지선정은
사실상 끝난 셈이지만 부지선정이 정말로 경제-과학적 논리에 충실했는지에
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는 곧 송도 미디어밸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과제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합의서에 따르면 인천시는 2005년까지 송도에 서울 여의도보다
조금 더큰 1백6만평규모로 소프트웨어파크 미디어파크 미디어아카데미
멀티미디어지원센터 등을 건설,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메카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가장 큰 관건인 재원조달 면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결여돼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수 없다.

총소요자금 3조5천억원 가운데 인천시가 내겠다고 하는 자금은 부지조성
사업비 2천억원, 입주기업 지원금 1천억원 등 모두 3천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입주업체와 정부의 예산지원에 의존할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보통신부의 태도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일정기준
이상의 정보통신산업 연구단지에 한해 부수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입장이어서
인천시의 입장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또 인천시는 2005년까지 국내기업 5백여개와 외국 기업 1백여개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여건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보통신업체들이 미디어밸리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경우
인천시는 자칫 빚더미에 올라 앉을 우려도 있다.

미디어밸리의 성공을 위한 또하나의 요건은 벤처자금의 원활한 유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매년 30억달러의
모험자본이 이곳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보수적인 금융관행으로 보아 이같은 대규모 벤처자금시장이
형성될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이밖에 우수인력유치와 산학협동도 미디어밸리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이다.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학 등과 연계된 산학연협동체제가 최대강점으로
꼽힌다.

이 점에서 송도 미디어밸리의 경우 마지막까지 후보지경쟁을 벌였던
대전의 대덕연구단지보다 좋은 조건일 수는 없다.

이같은 약점을 다소나마 커버하기 위해서라도 정보통신부가 설립을
추진중인 정보통신대학원의 송도유치는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미디어밸리는 토목공사로 조성되는 것이 아니다.

치밀한 행정지원에다 창의력을 갖춘 인재들이 잘 짜여진 정보통신인프라와
모험자본 산학협동 등을 묶어 그물을 짜듯 엮어나갈 때에만 경쟁력있는
미디어밸리가 조성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