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10월 서방 언론들은 독일의 헬무트 콜총리를 칭찬하는 경쟁을 벌였다.

독일 통일의 과업을 이룩한 총리로서 14여년의 장기집권으로 전후 최장수
내각수반이 된 것을 "축하"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러면서 20년 집권기록을 위한 내년 총선의 승리를 예약해 놓은 "제2의
비스마르크"라며 치켜세웠다.

이같이 세계 정치인들의 부러움을 샀던 콜 총리가 더 이상 정치를 못해
먹겠다는 식으로 사임의 뜻을 밝혔다고 독일현지신문이 9일 보도해 그
진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발행되는 모르겐포스트지에 따르면 콜 총리는 지난주
소집된 집권 기민당 연정회의에서 자신의 정책을 밀어주지 않을 경우 사임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 콜정권을 휘감고 돌아가는 요즘의 상황은 콜총리를 벼랑으로 밀고
있다.

우선 유럽통화통합 가입조건을 맞추기 위해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줄여야 하는데 경제상황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재정적자 축소책으로 세율 인상을 들고 나왔으나 야당은 물론 집권 연합
정권의 동료의원들까지 증세문제로 콜을 비난하고 나올 정도다.

지난달말에는 재정적자 축소책으로 중앙은행의 보유금을 재평가하려고
시도했으나 은행측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망신"만 당하고 꼬리를 내렸다.

요즘 독일의 콜총리는 여차하면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한다.

유럽통화통합같은 국정과제가 뜻대로 되지 않아 비상회의가 빈번해졌다고.

그만큼 콜 총리의 사임설이 자주 유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