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고등학교 48회 (55년 입학 동기) 친구 10여명이 1985년 4월 첫
산행으로 북한산을 오른 것이 산우회의 태동이었다.

그후 거의 매주 산에서 만나기를 12성상.

지난 한햇동안에도 총 51회 산행에 연인원 4백50명이 참가하는 풍성한
기록을 세우며 건강도 단련하고 서로간 우정을 돈독히 하였다.

가끔 원거리 등반도 하지만 근교에 수려한 산들이 즐비하니 궂이 멀리
나갈 필요도 없거니와 같은 산을 오르서라도 코스를 달리하면 묘미를
배가할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45회 북한산에 오르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늘 새롭게
변화하는 자연의 경이에 찬 참모습에 반했기 때문이다.

별다른 계획이 없으면 자연스레 북한산에서 만난다.

모이는 시간과 장소도 으레 정해져있다.

휴일 느즈막한 9시반.

청수장이나 만화상회 앞에오면 누구든 만나게 마련이다.

산행의 재미중 빼놓을수 없는 것 하나가 산상의 오찬이다.

대장이 길지를 잡으면 빙 둘러앉고 그 한가운데는 진수성찬이 차려진다.

각자 집에서 마련해온 전가의 도시락을 펴놓으면 그대로 산해지미.

미식가는 서서히 혀를 굴리고 대식가는 서둘러 모처럼 포만감을 만끽한다.

또 회원의 생일잔치가 산상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특이하다.

모든 회원들은 일련번호가 메겨진 작은 은잔을 꺼내 채우고 그주에
생일을 맞는 회원을 위해 축배를 드는 것이다.

지난날 젊은 우리들에게 도전의식을 자극하던 산.

이제는 한구비 돌아서며 관조하는 산으로 우리들 앞에 새롭게 다가선다.

산길 노방초하나 산수리 부엉이 발달나무숲, 동영의 고절한 청송과의
만남이, 아니 심지어 지나온 돌무지 바위너덜가지도 생명의 소리와 사랑의
숨결을 느끼게한다.

산길에 남긴 산우들 발자욱은 곧 사라지지만 추억은 영원한것 모으고
엮어 상행록을 발간했다.

올사업 오르는 회원의 글을 모아 단행본으로 낼 예정이다.

푸른산은 흰구름 밖에서 푸르르고 흰구름은 푸른산속에서 희고희다
(청산청청백운외 백운백백청산중) 현재 회원 35명.

모임을 위해 수고를 아끼기 않는 산우의 면면은 회장 심재형 서울대
(교수), 산행대장 김윤환 (미8군군수참모부 근무), 총무 조원일
((주)안나식품사장) 섭외 이귀녕 (대한임상의학연구소이사) 등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