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사장님의 정년 퇴임사였다.

수많은 풀 중에 한 포기로 태어나 잡초가 안되고 주위의 아름다운 꽃들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며 그 속에서 독특한 모양과 향을 갖는 삶을 인정받아
다행이라 했다.

20여년 전의 일이지만 그때의 엄숙했던 분위기와 하얀 머리에 근엄했던
그 분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요즈음 불안한 사회상의 영향인지 잡초나 독초가 될 풀은 미리 뽑아야
꽃을 가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인간사회에서는 독초가 될 풀이 선별과 같이 질서의 파괴범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무능한 사람이 유능해 지고, 말썽꾸러기가 모범인사로 변신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능한 사람이 질서 파괴범으로 변하는 경우에는 더욱 예측할
수가 없다.

더구나 사람들에겐 존중되어야 할 인격이 있다.

경영자들에게 여러 보직을 거치게 하여 경험을 쌓게 하는데, 능력이
부족하지만 앞으로의 능력 향상을 기대하며 승진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승진에 고마워 하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오히려
좌충우돌하며 갈등을 조성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유를 분석하면 열등의식의 표출이 그 원인이며 결과는 조직과 본인에게
큰 흠집을 남기고 자연도태되는 길을 가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한다.

열등의식은 남과 비교하여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고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가질 때 생긴다.

또 사람들을 획일적인 상황논리나 상대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사회문화가
욕심많은 사람들의 열등의식을 조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에겐 각기 개성이 있고,장점과 단점도 있다.

따라서 사람은 상대적으로 비교평가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 스스로가
노력하여 향상시키고 발전시킬 절대적 평가의 대상이다.

주변의 사람들을 아름다운 꽃에 비유하고 그들과의 조화에 가치를 두는
겸손속에 자기의 독특한 모양과 향을 가꾸는 참다운 삶의 자세를 일러주신
선배 사장님의 교훈이 새삼스러워 진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