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11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값은 약 7개월만에 달러당 1백10엔대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엔강세의 직접적인 원인은 일본의 무역흑자 확대와 그에따른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다.

무역수지를 둘러싼 미.일간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 양국은 어쩔수없이
"엔강세-달러약세" 카드는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따라서 일본의
무역흑자가 현격히 줄지 않는한 엔강세는 장기추세로 굳어질 것이라는
외환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국이 엔고를 간접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이유는 엔화의 평가절상(엔강세)
이 곧바로 일본의 수출감소와 수입증가로 이어져 일본의 무역흑자를 줄일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의 지난 4월중 경상수지 흑자는 대미자동차 수출의 대폭 증가에 힙입어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2개월연속 전년동기에 비해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이번 주말에 발표될 예정인 5월중 무역수지도 대폭적인 흑자가 예상되고
있어 미국은 대일공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통상문제를 총지휘하고 있는 바셰프스키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최근 "일본의 무역흑자를 더이상 용인할수 없다"고 강력히 경계감을 표시
했다.

엔강세의 장기화는 일본의 무역흑자 문제가 전세계적인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예측할 수 있다.

오는 20일 열릴 G7(선진7개국)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무역흑자 축소가
주요 의제로 채택된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서방선진국들도 일본의 무역흑자 확대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으로선 싫지만 엔고를 용인할수 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셈이다.

일본 대장성은 이날 엔화의 급등에 대해 "지나친 엔고는 지나친 엔저와
마찬가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단 엔화급등을 견제하는 듯 했다.

그러나 발언의 강도는 이전보다 약했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시장 또한 그의 발언후 여전히 달러당 1백11.10엔을 보이는등 엔강세가
이어졌다.

일본시중은행들은 "미국과 통상마찰을 가능한한 억제하자는 분위기가
정부내 팽배해지면서 정부 일각에서는 달러당 1백7-1백8엔까지도 용인할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사카키바라 일본 대장성금융국장의 "1달러=1백3엔" 발언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엔강세는 또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그 배후에 깔고 있다.

스즈키다케오 일본의 야스다 신탁은행 부장은 "엔화가 새로운 상승국면을
맞고 있다"며 "이같은 엔고.달러저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일본은행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95년 9월이후 연 0.5%라는 사상 최저의 재할인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올 하반기 재할인율을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진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