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유럽단일통화) 안정협약 조인을 놓고 빚어졌던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연합(EU) 회원국간의 마찰이 정치적인 절충으로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단일통화체제의 출범을 앞장서서 추진해온 독일이 11일 프랑스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 유럽통합조약(마스트리히트 조약)에 고용관련 조항을
삽입하는데 동의했다.

이는 서유럽국가들이 통합을 추진해온 과정에서 보여온 정치적 절충이
이번에도 그대로 되풀이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통화통합을 둘러싼 EU 회원국간의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킨켈장관은 프랑스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도 "회원국정부가 고용확대를
위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용납할수 없다"고 밝혀, 프랑스의 좌파
정부의 정책운용에 제동을 걸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정치적으론 프랑스 조스팽 신정부의 체면을 세워줄수 있지만 경제적
으로 단일통화의 근본을 뒤흔들수 있는 모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하여튼 이로써 프랑스와 독일이 지금 당장은 서로 명분을 살리면서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봉합할수 있게된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구체적으로 고용창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단계가
되면 프랑스와 독일의 다툼은 재현될 소지가 크다.

동시에 신설될 고용확대조항을 빌미로 다른 회원국들도 저마다 고용대책을
위한 재정팽창을 꾀할 경우 회원국간 갈등은 겉잡을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유럽의 실업문제가 장래의 비전(통화통합)보다 우선 다급한 정치적인
이슈로 비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집권한 조스팽 프랑스 좌파정권은 지난 9일 단일통화의 출범스케줄에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통화안정화를 위한 재정적자규정(국내총생산의 3%
이내로 억제)에 이의를 제기, 파란을 일으켰다.

남은 문제는 이 조항을 지키면서 새조항(고용조항)을 구체화시킬 방법은
사실상 전무에 가깝다는 것.

그래서 이번 절충은 "단기 봉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더한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