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의 주요 이동 루트가 바뀌고 있다.

지하철 5호선 개통, 당산철교 철거와 양화대교 구교 전면통제 등 급격한
여건 변화에 따라 교통흐름이 전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이동 생활권 범위도 크게 달라져 주변 상권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교통흐름 변화가 가장 심한 곳은 당산철교와 양화대교 구교가 철거중인
서울 서남부 일대.

이 지역에서 강남북을 연결하는 유일한 곳은 성산대교밖에 없게 됐다.

따라서 성산대교는 5월이후로 하루종일 정체현상을 빚어 자가운전자들이
기피하는 "마의 구간"이 됐다.

서울시는 성산대교 승용차 통행속도는 시간당 23.2km에서 11.9km로 절반
이상 뚝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대신 서강대교가 새롭게 강남북을 연결하는 이동루트로 각광을 받고 있다.

5월이전에는 시간당 1천8백26대 차량이 통행했지만 요즘은 3천4백55대가
다닌다.

종전보다 자가용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89%나 높아진 것이다.

신촌으로 빠지는 임시가교 설치덕에 시간당 통행속도도 18km로 변함이
없다.

양천구에서 신촌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정영섭씨(34)는 "성산대교
마포대교 서강대교를 한번씩 이용해본 결과 서강대교가 그래도 가장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5호선 전면 개통도 이같은 변화를 주도한 한 요소다.

서울시에 따르면 5호선 개통이후 지하철 승객수는 하루에 30여만명이
늘어났다.

특히 서울전역을 거미줄같이 연결하고 있는 지하철때문에 환승역별 이용
승객수도 크게 변했다.

1,3,5호선을 서로 갈아탈 수 있는 종로3가역이 대표적인 예다.

하루에 14만6천4백명이 이용하던 이곳은 요즘엔 29만6천7백여명으로
두배이상 이용객이 늘었다.

2호선과 5호선이 연결되는 영등포구청역은 4만7천2백여명에서 12만5천여명
으로, 충정로역은 3만1천6백여명에서 6만1천여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그동안 대표적인 혼잡지역이던 왕십리역은 19만여명에서 13만여명으로
승객수가 줄었다.

2호선과 5호선이 도심구간을 놓고 경쟁하면서 시민들이 가장 편리한 이동
경로를 선택한 때문이다.

이같은 교통여건에 따라 유동인구수도 증감을 보이면서 상권도 변화를
맞고 있다.

종로3가역이나 충정로역은 새로운 상권지역으로 부각되거나 그동안 유지해
온 상권이 크게 호황을 누리는 반면 왕십리역주변 등은 손님이 줄었다.

양천구청이나 당산 문래 아현 등 2호선 지하철역은 5호선개통과 당산철교
철거로 손님을 빼앗겨 주변 상권도 크게 위축된 상태다.

문래역 주변 M호프집 이윤상씨(45)는 "주변에 근무하는 회사원들이
5호선과 연결되는 영등포구청역 주변으로 몰려가기 때문에 밤장사가
안된다"고 불평을 늘어놨다.

전문가들은 오는 7월 성수대교가 재개통되면 서울은 또 한번 교통흐름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