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 한양대 교수 >

항공기산업이 벼랑끝에 서있다.

F-16을 생산하는 KFP사업이 끝나는 99년이후 후속물량에 대한 대책이
없어 그나마 키워놓은 항공기산업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86년 제공호(F-5)사업과 500MD사업 종료이후 후속사업인 KFP와
UH-60사업이 재개되기까지 약 8년간의 생산공백으로 조금이나마 쌓아놓았던
항공기술을 사장시켰던 전철을 다시 밟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탐색개발(개념설계)을 끝낸 KTX-2사업도 정부부처간 의견차이로
지난해부터 중단된 실정이다.

올해 재추진결정이 내려진다해도 예정보다 2년 늦은 2005년께 양산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공기산업은 대우중공업 대한항공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등
1백여개의 회사가 참여,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해왔고 인력중에서도
기술자만 4천명이상이 투입돼있다.

99년이후 5년간 생산물량이 없으며 어렵사리 훈련시켜놓은 고급인력들이
유휴인력으로 남게되고 항공기산업은 추락할수밖에 없다.

일본은 F-2전투기가 생산될 때까지 항공산업의 생산라인 유지와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으며 결국 미국이
공동개발을 요구하는 수준에 까지 이르게됐다.

지난 78년 1백기를 생산하기로 한 F-15 전투기사업 종료이후 후속사업인
차기지원전투기사업(FSX)이 지연되자 F-15를 3차례에 걸쳐 1백23기를
추가생산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항공기산업은 21세기를 대비하는 미래산업이기로 하지만 국방의
자주성을 지켜내는 국방산업이기도하다.

통일 이전이든 이후든 한반도의 지정학적 여건을 감안할때 국방자립을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위해 독자적인 전투기개발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또 항공기산업이란 첨단기술산업으로 관련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다.

그러나 공산품중 단일품목으로 무역적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항공기이다.

95년에는 2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2000년에는 적자폭이 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따라서 정부의 면밀한 계획아래 정책적인 육성이 필요하다.

99년이후의 다음 사업이 재개될때까지 생산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F-16과 UH-60을 추가생산하는 방안이 검토돼야한다.

특히 F-5의 대체를 위해서라도 F-16의 추가생산을 고려해볼만하다.

독자적인 항공기 생산능력이 결여되면 국가안보를 외국의 힘에
의존해야 하고 또 하나의 종속관계를 유발한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