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무역회사의 해외영업부에 근무하는 김수형 과장(35)의 일산 집 거실은
작은 첨단 사무실을 방불케한다.

인터넷폰을 이용할수 있는 PC를 비롯 프린터 복사기 스캐너등의 기능을
갖춘 사무자동화 기기가 자리잡고 있다.

모두 ISDN(종합정보통신망)으로 연결돼 회사와의 고속 통신이 가능하다.

바로 "SOHO"(Small Office Home Office)인 셈이다.

그는 어지간한 회사 업무라면 집에서도 처리할수 있다.

김과장의 하루는 PC검색으로 시작된다.

미국측 바이어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날아온 거래 현황을 점검한다.

수출계약이 성사됐다는 E-메일을 받고는 왠지 오늘 하루가 잘 풀릴 것 같다
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뉴스 검색도 아침 일과중 하나.

그는 PC에 관심분야 뉴스만을 모아 전해주는 "뉴스방"코너를 마련했다.

단 한번의 키보드 조작으로 그날 뉴스를 검색할수 있다.

뉴스방에서 나와 "오늘 일정"을 검색하니 지사간부회의, 외국 바이어와의
점심식사 등이 눈에 띈다.

김과장은 SOHO를 떠나 일찌감치 출근길에 나선다.

길이 막혀도 걱정 없다.

자동차에 장착된 자동항법시스템(CNS)이 뚫린 길을 찾아 그를 안내하기
때문.

CNS는 자유로가 막힌다며 수색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회사에 도착한후 그가 찾은 곳은 인터넷 화상회의실.

부산지사와 LA 도쿄에 있는 동료들을 한꺼번에 불러내 "4자 회담"을 갖는다.

LA 동료가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목걸이 패션을 이야기하며 샘플을
찾아보란다.

마치 옆에 앉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점심시간.

그는 미국인 바이어를 좋은 곳으로 모시고 싶어 PC앞에 앉았다.

인터넷에서 "신선로 잘하는 집"을 찾으니 20여개 업체가 떠오른다.

가까운 곳의 사이버 음식점으로 들어가 밑반찬을 고르고 예약을 한다.

점심을 마친 김과장은 잠시 짬을 내 재태크에 나선다.

PC를 통해 주식 시황을 점검하니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이 상한가를 기록
했다.

그 자리에서 보유주식의 반을 팔고 평소 마음에 두었던 다른 종목에 투자
했다.

이날 회사에서의 마지막 일은 수출 선적여부 확인.

제조회사와 관세청 선박회사를 잇는 EDI(전자문서교환) 시스템으로 들어가
진행상황을 점검한다.

전날 선적이 끝났단다.

김과장은 선박회사로부터 발급 받은 선하증권을 첨부, LC(신용장)를 은행에
보낸다.

물론 PC를 통해서다.

잠시후 펌뱅킹시스템으로 들어가 통장을 확인하니 수출액이 입금됐다.

이 과정에 걸린 시간은 20분 가량.

퇴근하니 아내와 딸 여동생이 그를 맞는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은 "미국에 있는 친구가 인터넷으로 게임을 보내
다운로드 받았다"며 자랑한다.

대학졸업생인 여동생은 졸업논문 자료를 구해야 한다며 PC를 통해 전국의
디지털 도서관을 찾아 다니느라 여념이 없다.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니 아내가 사이버 쇼핑센터에서 구매했던 청바지와
자전거가 배달됐다.

쇼핑센터가 대대적인 특별 할인 서비스에 나서 싯가보다 40%나 싸게 샀단다.

딸을 재운후 김과장 부부는 무드있는 비디오를 한편 보기로 했다.

PC에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를 넣으니 21인치 모니터에 샤론 스톤의
유혹적인 몸매가 가득 나타난다.

극장 스크린보다 더 선명하고 입체 사운드도 일품이다.

불을 끄니 거실은 극장이 됐다.

정보시대를 앞서가는 김과장의 집은 정보시스템 덕택에 윤택한 삶의 질을
향유하고 사랑이 넘쳐 흐른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