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같은 생생한 정보"를 손끝으로 얻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정보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마우스를 클릭하고 버튼만 누르면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볼 수 있는 시기가 우리앞에 놓여있다.

이는 그동안 통합되지 못했던 동영상과 음성 문자 화상 등의 정보가 결합,
생생한 멀티미디어로 통신망을 타고 배분되는 "정보의 코즈머폴리터니즘"
시대가 도래한 것을 의미한다.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K씨.

그는 아침 출근길에 택시안에서 전화기만한 단말기로 인터넷에 무선으로
연결, 주가변동을 체크한다.

피지같은 오지로 출장갈 때면 고성능 노트북에 작은 접시안테나만 연결하면
언제라도 본사 경영진과 인터넷화상회의를 할 수 있다.

밤이면 재즈에 관해 관심있는 프랑스 친구들과 인터넷으로 재즈연주에
대해 토론도 가능하다.

007영화에서나 봄직한 이런 광경은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같은 첨단 멀티미디어기술이 무선통신기술과 맞물려
시범서비스를 거쳐 상용화 단계에 있다.

이는 유무선 데이터통신기술과 각종 멀티미디어기기 제조기술, 대용량
데이터베이스(DB)구축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급증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에따라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 인터넷TV, 디지털위성방송, 인터넷
화상회의, 전자상거래(EC), ISDN(종합정보통신망), VOD(주문형비디오) 등
관련 기술 및 기기에 대한 신용어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정보화바람은 국내에도 이미 상륙했다.

인터넷을 통한 화상회의가 기업체 연구소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일이 되었고 전자상거래도 비상을 위한 날개짓을 하고 있다.

한 조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EC거래액은 1억5천만원 상당으로
2000년까지 6백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첨단멀티미디어로 손꼽히는 DVD장착 PC가 올해초부터 상용화,
멀티미디어시대의 도래를 한층 앞당기고 있다.

DVD는 음성 문자 동영상 등 각종 이질의 데이터를 한장의 광디스크에 통합
구현할 수 있는 미디어.

기존 CD(콤팩트디스크)보다 7~8배이상의 대용량데이터저장이 가능해
차세대 멀티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다.

이미 TV에 연결 사용할 수 있는 DVD플레이어는 지난해부터 상용화,
판매되고 있어 안방에 둘러 앉은 가족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멀티미디어화는 역시 매체간 융합현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TV에 PC와 인터넷기능을 결합한 인터넷TV가 "정보가전"이란 개념으로
소개되는가 하면 PC에도 가전기능이 포함돼 매체간 벽을 허물고 있다.

TV의 PC끌어안기에는 대우전자가 지난해 "개벽인터넷TV"를 내놓으며
시작됐다.

이를 시작으로 삼성전자가 최근 "텔레PC"를 발표, 정보가전시대에 불을
댕기고 있다.

LG전자도 인터넷TV의 개발을 마치고 시판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반대로 PC의 TV합병도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PC에서 TV를 보면서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아 볼 수 있게 하는
"인터캐스팅"서비스가 이미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것.

MBC가 지난달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는 PC가 앞으로 뉴스와 오락물을
제공하는 TV의 장점을 그대로 끌어안으면서 보다 심오한 정보를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정보화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이라는 점을 시사하기에 충분하다.

결국 매체들이 끊임없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 또는 흡수하며 하나로
통합되는 원매체로의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이할 만한 것은 빌게이츠등 세계적인 IT(정보기술)리더들은
어떤 형태로 정보기기가 통합되든 앞으로 모든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통합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보의 흐름이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전세계 네트워크망을 따라 흐르고
모든 사람들이 이를 통해 정보와 오락, 기술을 교환하는 "사이버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앞으로 멀티미디어 정보화세상이 어떤 형태로 우리앞에 다가올지 자못
기대가 크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