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무로에 있는 광고기획사인 (주)지코드에서 디자이너겸 편집인으로
근무하는 신지호(35)과장.

아침 7시 허리춤에서 드르륵 울려대는 삐삐의 진동에 잠이 깬다.

지난밤 새벽녁까지 계속된 작업을 마치고 작업장에서 잠시 잠을 청하면서
아침 거래처와의 회의에 늦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청해둔 "무선호출 모닝콜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다.

세수를 하고 급히 옷을 챙겨입으며 약속시간에 맞출 수 있도록 핸드폰으로
교통정보서비스를 이용, 현재 상황을 알아본다.

"여의도 일대는 매우 혼잡하다"는 메시지다.

차를 두고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지하철역으로 향하기전 핸드폰으로 기상정보를 알아보니 오늘은 흐리고
한때 비가 올듯하다고 해 우산을 준비한다.

또 예약호출을 신청, 약속시간에 정확히 호출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주식정보서비스를 통해 전날 큰 맘먹고 샀던 통신장비
회사의 주식시세를 알아본다.

"아침부터 상승기세를 타는 것"을 확인하니 흐뭇한 기분이 든다.

바이오리듬도 좋다는 것을 핸드폰으로 파악하고 나니 마음이 더 홀가분해
지면서 오늘 거래처와의 회의도 좋게 끝날 것같은 예감마저 든다.

신과장에게 이처럼 삐삐와 핸드폰이 "정보통"으로서 없어서는 안될 무기가
된지 오래다.

그는 "편리하고 빠르게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이 기기의 칭찬에
열을 올린다.

신과장이 이처럼 문명의 최첨단 이기를 이용키로 결심한 것은 자신의
업무와의 관련성 때문.

LG정보통신의 광고기획을 맡다 새로운 각종 부가서비스가 처음 나왔을 때
호기심으로 쓰다보니 이제는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섰다.

"광고 기획일을 하다보면 2~3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때가 자주
생겨 중간확인이 꼭 필요하지요.

특히 고객들의 급한 요구에 빠르게 응대해야 하는 때는 이 서비스가
없었다면 아찔했을 거라고 느껴지기도 해요"

그는 한달전쯤 지방출장중에 거래처로부터 긴급한 호출을 받았다.

거래처의 팸플릿 인쇄가 잘못돼 재인쇄를 해야 하는데 담당했던 자신만이
내용을 알고 있어 급히 올라와야 한다는 내용.

"출장일도 급한 일이라 올라올 수는 없고 잘못된 인쇄 부분에 대해 자료를
전자메일로 받아 휴대폰의 부가서비스인 회의통화서비스를 이용해 회사와
거래처를 연결하는 3자통화로 현지에서 무난히 일을 처리했지요"

신과장은 이제 국제출장에서도 국내와의 연결에 큰 문제가 없다.

지난번 싱가포르에 갈 때 국제로밍서비스를 신청, 현지에서 자신의
핸드폰으로 한국으로 통화를 하는 짜릿한 경험도 해보았다.

"먼저 새로운 정보통신의 부가서비스가 도입되면 이를 시도해 보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대부분의 휴대폰이나 삐삐가입자가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되는
요인이 이용요금의 부담 보다는 무관심과 용기부족에서 비롯되는 것같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문명의 이기에 접근해 보려는 자세가 정보가 돈인 세상에서 앞서갈 수
있는 비결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과장은 이동전화사업자들이 가장 최근에 실시한 "음성다이얼서비스"를
누구보다 앞서 신청했다.

"음성으로 전화를 건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잖아요.

특히 중요거래처의 전화번호를 30개정도 기억한다니 급할 때 전화번호를
몰라 당황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신과장의 삐삐는 거의 5분간격으로 울려댄다.

그만큼 그가 수행하는 일이 잘돼간다는 신호라며 더 자주 울렸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는다.

< 윤진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