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에 접어든 지금 벌써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찾아온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에는 지난 주말인 7일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계속 30도 안팎을
넘나드는 고온현상이 이어진데 이어 13일에는 대부분 지방의 낮기온이 30도를
웃돌았다.

6월 중순의 평년 최고기온이 24~28도인 점을 보면 지역에 따라 예년보다
2~5도 가량 높은 고온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물론 아직 "불볕 더위"나 "폭염"이라는 말을 사용하기에는 이르지만 일찍
달아오른 날씨는 올 여름 폭염의 징후가 아닐까 하는 우려까지 낳게 하고
있다.

더위의 원인은 일단 지구 북반구의 대기 대순환에서 찾아야 한다.

즉 지난달 중순부터 Z기류를 타고 한반도 상층에 내려와 깊은 골을 만들고
있던 찬 공기 덩어리가 지난 5일을 전후해 동쪽으로 빠지면서 대신 높은
상층고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바꿔말하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서쪽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변의 동쪽에는 높은 "능"이 형성돼 있지만 그 사이인 중태평양
에는 깊은 "골"이 패여있는 상황.

무거운 찬 공기는 가라앉아 낮은 상층 고도를 유지하며 5월말의 서늘하고
비가 잦은 날씨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상층고도가 높아지면서 따뜻한 남서
기류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대기를 더운 공기로 가득 채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8월 더위의 주범인 북태평양 고기압의 중심이 중태평양의 낮아진
해수면 온도 때문에 예년처럼 중태평양에 있지 않고 서쪽과 동쪽으로 갈라져
서쪽에 위치한 한반도쪽으로 일찍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변도 상대적인
고온현상을 만들고 있으며 특히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른 북상은 장마의
시작까지 예년보다 2~3일 앞당길 전망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기 상태는 자연스런 대기 순환에 따른 것이며 평년보다
2~5도가량 높은 기온이 이어지는 것이 결코 "이상기후"는 아니라는게
기상청의 결론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13일 "이같은 대기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올 여름에 불볕더위가 올 것이라는 징후로 연결시킬 수는 없는 상태"라며
"그러나 장마철에도 영향은 이어져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때마다
뜨거운 날씨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