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21)는 두가지 골프를 보여줬다.

"천부적 능력에서 나오는 기막힌 샷"도 보여 줬지만 그 역시 "언제나
코스를 이기지 못한다"는 인간의 한계도 보여줬다.

"천부적 골프"는 2번홀 (파3)이 상징한다.

거리는 235야드.

페어웨이 우드를 치는 선수가 아주 많았지만 우즈는 2번아이언을 쳤고
볼은 홀 오른쪽 60cm 지점에 붙어 버렸다.

235야드라면 "까마득한" 거리.

그 걸 "넣겠다는 듯이" 붙여 버리는 모습은 "우즈만의 특허"였다.

그러나 우즈는 그후 "수많은 선수중 한명"으로 변했다.

4번홀 3퍼팅을 시작으로 퍼팅이 난조였고 급기야 더블보기도 두개나
나왔다.

11번홀 (파4-4백15야드) 세컨드샷이 러프로 들어가자 짧은 로브샷도
러프로 흘러 들어 4온 2퍼트로 더블보기.

우즈는 파3 최종홀인 18번홀 (1백90야드)에서도 7번아이언 샷이 핀 왼쪽
연못으로 빠지며 더블보기였다.

버디 4개에 보기 4개, 더블보기 2개의 4오버파 74타.

그것은 "골퍼들의 뇌리에 각인된 우즈 골프"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결국 우즈도 러프를 이기지는 못한 양상.

천하의 우즈도 언제나 페어웨이 키핑을 하지는 못했고 일단 러프에 볼이
빠지면 보기를 피할 수 없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 쏟아진 "바로 그 순간의 그런 골프"는
우즈 자신에게도 아주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경기후 기자들과 가진 간단한 인터뷰에서도 우즈는 빨리 떠나고 싶어
했다.

더블보기 두개에 대해 묻자 "샷이 나빴다"고 원론적 답변을 했고
심정이나 내일 경기에 대해서도 "모르겠다"로 일관했다.

"모르겠다"는 답변이 모두 5번이나 된 걸 봐도 이날 골프에 대한 그의
충격이 짐작된다.

특히 우즈가 파3 최종홀 배열에서 가장 확실한 희생자가 된것은 "최고
선수의 무리"를 상징해 아이러니컬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