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은 약육강식의 정글"

경쟁업체의 급격한 증가와 기술발전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으로
통신사업은 이제 더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버리기에는 아까운
"계륵"으로 돌변했다.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이 일단락된 현재 기간통신사업자는 11개분야 41개업체.

지난 95년말 8개분야 15개업체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통신서비스업체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제2시내전화 및 제3시외전화사업자가 관심의 초점이었던 올해 신규통신
사업자 선정으로 유선분야의 경쟁구도가 마무리됐다.

유선통신시장 규모는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오는 99년 10조원으로 예상
된다.

이는 3개업체가 영업하는데 충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후발업체인
데이콤과 온세통신에는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데이콤의 시외전화 사업에서 확인된 한국통신의 우월적인 지위와 내년의
통신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업체의 공세를 고려하면 후발업체의 고전은
명약관화.

사업권을 따낸 직후 하나로통신이 초고속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과 온세통신이 접속지연등이 없는 고품질의 서비스 제공에 주력
하겠다고 밝힌 것도 예상되는 고전을 벗어나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선통신시장은 이미 격전장이 됐다.

특히 경쟁업체가 2개에서 5개로 늘어난 이동전화 시장의 경쟁은 전례없이
치열하다.

3백50여만명의 가입자와 요금 자율결정권이라는 "무기"를 양손에 든
SK텔레콤과 시장공략에 나선 3개 PCS업체들은 사생결단의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다 시티폰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어
이동전화와 PCS업체들에는 "눈엣가시"가 되고 있는 상황.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수도권과 부산.경남지역의 무선호출시장에는
제3사업자 돌풍이 일고 있다.

수도권사업자인 해피텔레콤은 지난 5월 서비스를 시작한이후 가입자
5만여명을 확보하는 약진을 보여 가입자가 줄기 시작한 SK텔레콤
서울이동통신 나래이동통신등 기존 3사에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부산.경남지역에 새로 진입한 부경이동통신도 SK텔레콤과 부일이동통신에
맞서 시장을 크게 잠식할 전망이다.

이같은 경쟁과 통신시장 개방으로 2000년이후 국내통신시장에 M&A(기업인수
합병) 열풍이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도 오는 99년부터는 한국통신을 제외한 모든 업체에 대해 외국인
대주주를 허용할 방침이어서 M&A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재 이동전화와 PCS업체중 2개정도가 경쟁에서 낙오해 M&A의 "먹이"로
전락하는 비운을 겪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또 시장이 좁은 TRS(주파수공용통신)와 경쟁이 심한 회선임대분야에서도
M&A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M&A 유형을 <>국내시장 진출을 노리는 외국의 거대통신업체들의
국내업체 인수 <>영역확대를 노리는 통신업체나 일반기업의 경쟁에서 낙오한
기업인수 <>세력확대를 노리는 통신업체간의 합병 등으로 예측한다.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도마위에 오른 거위꼴이 될 수밖에 없는 통신대변혁
의 시대가 이미 우리곁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 김도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