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실농장"

아름다운 과실이란 뜻으로 지은 강원도 원주시에 사는 원용기-손인학씨
부부의 복숭아 농장 이름이다.

처음 농장간판을 내걸고 명함을 만들었을 때는 뭔가 쑥스럽고 생소하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책임을 더 느끼게 되고 농장 대표로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전에는 서울 친구가 고향에 다니러 와서 "서울 한번 놀러와"
하고 명함을 건넬 때면 괜히 주눅이 들고 자신의 처지가 속상했었는데 이제는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 수가 있게 되었으며, 학교에 다니는 아들녀석도 부모
직업을 "아실농장 대표"라고 답한다는 말을 듣고 뿌듯함마저 느낀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남편과 부인이 따로따로 명함을 갖고 있다.

"아실농장 공동대표 손인학".농장에서 실제로 많은 일을 해내는 공동대표,
다시 말해 여자 사장인 셈이다.

농협은 94년부터 "농장이름짓기"와 함께 "농장주 명함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도시에서 조그만 가게 하나만 운영해도 사장이란 명함을 갖고 있고 갓
입사한 신입사원도 자랑스레 명함을 내밀곤 하는데, 몇천평의 농장을
경영하는 농민은 명함한장 내밀지 못했던 것이 그간의 사정이었다.

"농장이름짓기 및 명함 갖기 운동"을 전개한 이후 농협이 직접 만들어
농민에게 선물한 명함만 해도 무려 6만명분에 이른다.

이제는 농민들도 저마다 특색있는 농장이름을 짓고 명함갖기가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

농장이름도 "푸르매 농장" "참빛 농장" "이파랑 수경원"등 듣기만 해도
정겹고 시원하다.

그중 상당수는 부부 공동명의의 명함을 갖고 있다.

농장 이름과 명함을 갖자는 운동은 오늘날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작은 시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를 통해 농업인이 자긍심을 갖고 얼굴있는 농산물을 생산할 때
소비자의 신뢰를 얻게 되고 나아가 농업경쟁력을 갖게 되는 불씨가 될 것으로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