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수 < 포스코경영연구소장>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철강을 소재로 한 물건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물이나 다리같은 덩치 큰 구조물은 물론이고 가전제품이나 일부 사무용
비품도 철강 없이는 만들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철강"이라는 말을 들을 때 일반인들은 소중한 기초소재라는
생각보다는 어쩐지 딱딱하고 차갑다는 인상을 받게된다.

철강업은 환경과 관련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생산공정의 특성상 철광석이나 고철을 원료로 하고 석탄 또는 전기에너지를
대량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국제철강협회(IISI)에서는 철강에 대한 이같은 일반인의 인식을 하나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재로서 철강이 가지고 있는 용도의 다양성, 경제성및 환경적 이점에 대해
일반인들이 제대로 인식을 못한다면 앞으로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콘크리트
등 경쟁소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IISI는 최근 철강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그동안 개별 철강회사 또는 국가별로 추진해 오던 활동들을 각국이
협력하여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IISI는 국제적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 "커뮤니케이션
정책그룹"을 결성했다.

정책그룹은 미국철강협회(AISI)나 유럽철강연맹(EUROFER)과 공동으로
이미지 개선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철강수요가는 물론 건축가 자동차디자이너 등 철강재 소비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홍보 프로그램을 개발, 추진한다는 것이 IISI의 전략이다.

IISI뿐 아니라 세계의 주요 철강회사들도 철강 이미지 개선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의 브리티시 스틸은 학생들을 중점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철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자료를 개발 보급한다.

"철강과 자동차" "철강 바로알기"같은 보조교재 등의 개발이 바로
그것이다.

회사 간부들이 제철소가 있는 지역의 학교를 순회하고 과학전시회를
개최하며 제철소의 환경 녹색화 작업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기도 한다.

이뿐 아니다.

대학의 금속공학 건축공학 디자인및 토목공학 부문 교수들의 연구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철강제품및 철강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 문제는 앞으로 국내 철강업계로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철강수요의 창출과 기술 개발이라는 문제 뿐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좋은 이미지를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미지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니다.

철강업은 국가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10%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및 자원의 다소비 산업이다.

따라서 이산화탄소의 배출규제 뿐 아니라 각종 환경관련 이슈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대응도 필요하다.

철강에 대한 이미지 개선 활동을 할 경우 홍보대상을 철강제품의
구매자에게 국한해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이 철강재 구매와 간접적으로 관련된 업종 종사자
또는 미래의 잠재고객인 학생과 교수 등에까지 확대해야 한다.

철강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 활동은 각각의 철강회사별로 추진하는 것보다
철강업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철강협회내에 설치된 "철강홍보위원회"의 활발한
활동이 기대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