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아이는
아버지의 주검을 곁에 두고
라면을 끓여먹으며 며칠을 지냈다고 한다.

고아원으로 보내지는 게 싫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오, 죽음보다 더 무서운 외로움.
외로움이 죽음보다 무섭다는 사실을
아이는 너무 일찍 깨달아버렸구나.
아버지의 몸 썩는 냄새가
오히려 정겹고
그 곁에 누워 오히려 행복했을
아이의 고요한 밤이 깊어가고 있다.

외로움,
죽음보다 무서운

"현대시학" 6월호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