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의 나이에 올해 대학 3학년으로 편입한 K양은 요즘 자신의 가치관에
커다란 혼란을 느끼고 있다.

외국에 1년정도 어학연수도 갔다왔고 항상 스스로를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온 K양.

그러나 한학기동안 캠퍼스에서 보고 느낀 신세대들의 사랑법은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교수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강의를 듣는 동기생들.

강의가 없는 시간에 빈강의실을 들어갈 때도 조심스럽다.

신세대들의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신세대들이 짝을 고르는 방식도 더욱 대담해졌다.

요즘도 각종 새로운 미팅이 등장하고 있다.

과거 1지망, 2지망으로 상대를 고르던 "학력고사팅"이 이제는 수능점수대
별로 짝을 고르는 "수능팅"으로 변했다.

"찍팅"은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점찍어 주위의 인물을 포섭해 미팅을 하는
유형.

"가치관팅"은 하나의 정해진 테마에 공감하는 사람들끼리 미팅을 하는 것.

예전에 배드팅으로 불리던 것은 이름을 바꿔 아직도 구차하게 연명하고
있다.

감각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신세대들이 만들어내는 미팅은 "경매팅"에
가서 그 절정을 이룬다.

일명 "노예팅"이라고 그들은 이름붙였다.

남자하나를 놓고 여자들이 입찰에 들어간다.

여기서 가장 많은 액수를 써낸 사람이 낙찰을 받고 낙찰된 물건(?)은 오늘
하루 낙찰받은 사람에게 철저히 봉사를 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사이 고전적 관계는 철저히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신세대들의 식성은 PC통신과 TV에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놓았다.

그들은 PC통신을 통해 전국에 있는 상대자들에게 공개구혼을 한다.

PC통신에서 애절하고 낯뜨거운 구애의 글들을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제 TV도 그들의 마담뚜 노릇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 방송사의 공개미팅 프로그램은 수년을 이어온 장수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출연자들도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춤추고 노래
한다.

부끄러움은 찾아볼수도 없다.

자신만만한 신세대들은 자기를 드러내는데 더욱 당당하다.

짝도 찾고 이벤트도 즐기기 위해 부담없이 자신을 상품으로 내놓는다.

이같은 신세대들의 공개적 짝짓기 관행은 쉰세대에도 영향을 미쳐 한 방송사
는 아침 프로그램에 30~60대의 공개구혼프로그램을 편성했는데 그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신세대식 사고방식의 승리인지 방송사의 상혼의 승리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린 것.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결혼정보회사나 짝짓기 이벤트회사들이 성업중에
있다.

각종 정보를 모아 어울리는 상대를 개별적으로 만나게 하거나 단체이벤트로
짝을 고르도록해 신세대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몇몇 아는 사람들의 소개로 사람을 접해 보는 제한적인 만남보다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선택할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결혼의 적령기에 대한 신세대들의 생각도 변해가고 있다.

이제 20대 중반, 30대 초반을 들먹이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구세대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때가 결혼적령기죠.

나이가 됐으니 혹은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결혼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나만의 사랑을 위해 기다릴수 있고 찾아낼 거예요"라고 신세대들은
말한다.

"나는 나","내하고 싶은대로"를 신봉하는 신세대들은 반쪽찾기에서도
"무한욕구"를 추구하고 있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