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가에선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5기 한총련 출범식과 관련해 시민이 희생당한 사건이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중앙대 이화여대 숭실대 경북대 등 전국 20여개 대학 총학생회가 한총련
지도부 사퇴를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서울대 연대 고대 총학생회 등도 국민 정서와 어긋나 폭력으로 치달아온
운동방식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일반 대학생들의 반응도 그리 다르지 않다.

김경훈(25.J대 심리학 4)군은 "이유야 어찌됐건 무고한 시민이 사망한 것은
학생운동 세력이 도덕성을 상실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K군도 "현 정부가 대선자금이나 한보비리를 어물쩍 넘기는 판국에 한총련이
무리한 투쟁으로 오히려 현정권을 도와줬다"며 "한총련이 YS의 프락치가
아니냐"고 반문할 정도다.

한마디로 한총련은 일반 대학생들 사이에서 신뢰도가 뚝 떨어진 상태다.

더욱이 한총련 지도부가 주체사상을 신봉하며 지금 이 시대에는 맞지 않는
무리한 운동을 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같은 국민들의 비난이 한총련의 "해체"로 이어져야 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검찰이 "이적단체"로 규정했다지만 이번 사건을 빌미로 순수성과 도덕성
헌신성을 무기로 한국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해왔던 학생운동이 뿌리채
뽑히는게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다.

5.18민중항쟁이나 6.10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도 사실 학생들이었다.

그만큼 학생운동은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아 왔고 그것이 지금까지의 원동력
이었다.

검찰이 강제로 해체작업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 학생들이 의문부호를 다는
것도 이래서다.

또 한번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해법은 학생들 스스로의 자정능력에 달려 있다.

학생운동세력이 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이번 사건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이 선행돼야만 한총련 진로에 대한 답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대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