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가 물건너간 느낌이다.

정치개혁특위를 여.야 동수로 구성할 것이냐,아니면 의석비율로 할
것이냐를 놓고 여.야간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달에는 물론 7월에도 임시국회소집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후보지명을 위한 신한국당 전당대회, 포항.예산 보권설거 등 내달
하순으로 잡혀있는 정치일정 등을 감안할 때 그럴 가능성도 적지 않다.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던 법률안은 2백여건에 이른다.

금융개혁관련법안 자금세탁방지법 실명제대체입법 공기업민영화관련법
벤처기업지원법 교육개혁관련법 조세감면규제법 등 하나같이 중요한
법안들이다.

당리당략적인 정쟁(정쟁)때문에 표류해서도, 졸속으로 심의해서도 안될
법안들이란건 그 내용을 뜯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이미 정부가 밝힌대로 하반기부터 근로자를 대상으로한 비과세저축상품을
내놓으려면 조세감면규제법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한 공기업민영화 관련법, SOC(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를 겨냥한 민자유치촉진법 등은 그 처리가 늦추어질 경우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이해집단간 대립양상이 두드러지는 금융개혁관련법도 가부간에 국회에서
가능한한 빨리 매듭을 지어야할 사안이고, 지하자금을 벤처기업 창업 등으로
양성화시키려는 관련법률안 역시 미루어서 좋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말만 꺼내놓고 제도적인 뒷받침은 없는 어정쩡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불확실성의 비용"만 극대화되게 마련이다.

신기술 지식집약형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소프트웨어 개발촉진법,
상표법, 의장법개정안 등은 산업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비해야할
내용들을 담고 있어 관련업계의 관심이 대단하다.

냉정히 따져보면 특위구성을 여.야 동수로 하느냐, 아니면 의석비율로
하느냐는 것은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날치기통과등 숱한 파행적 운영으로 얼룩져 있는 의정사이지만, 현행
정치자금법 처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정치권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과제들은 항상 여.야합의로 처리해 왔다는 점에서 그런 분석이 나온다.

어차피 정치개혁특위에서 다룰 사안은 여.야 합의로 결론을 낼 성질의
것이라고 보면 특위를 여.야 동수로 구성하느냐 의석비율로 하느냐는게
뭐그리 중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선거와 겹쳐 정기국회가 제기능을 다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임시국회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고 민생관련 법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여.야가 보이고 있는 작태는 정말 한심하기만 하다.

민생현안을 표류시켜 그 책임을 상대방에 돌리겠다는 의도라면 정략중
에서도 최하질의 그것이다.

국회의원들은 더이상 직무유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