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목표제는 국내 현실에서 시기상조인데도 관리를 잘못했을 때
책임까지 묻겠다는 재정경제원의 방침은 결국 한국은행 총재를 임기중간에
언제라도 쫓아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을 한국은행에 넘겨준 만큼 한은의 정책잘못으로 물가가
앙등할 경우 관련자를 문책할수 있는 근거를 둔 것은 당연하다. "권한과
책임의 등가원칙"을 준수했을 뿐이다"(재정경제원)

정부가 지난 16일 확정한 중앙은행제도개혁방향중 한국은행으로부터 집중
성토를 받는 대목중의 하나가 물가안정목표제(인플레이션타겟팅)이다.

이는 원론적으로 사전에 물가목표를 공표한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달성토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명시적인 물가목표 설정으로 인플레심리를 안정시켜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의 존재의의를 부각시킬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중앙은행의
보수적인 통화관리 경향을 부추켜 <>성장률 둔화 <>실업율 상승등의 부작용
을 내기도 하는 단점도 갖고 있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금융자율화및 금융규제 철폐등으로 통화량중심의 통화
관리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물가안정목표제가 바람직한 정책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제도에 대한 평판도 좋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3월 "실행중인 인플레이션타겟팅제도"라는
자료를 통해 이제도에 의한 경제적업적을 볼때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promising) 것으로 분석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IMF는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핀랜드 스웨덴 호주 스페인등 7개국이 이
제도를 운영한 이후 물가상승률이 모두 떨어졌다. 이 제도만으로 물가가
안정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성 결여에서
오는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검증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경원은 이제도의 유용성이 상당부분 입증된데다 금융통화위원회및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인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 것인만큼 이제도 도입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

또 한은총재가 정치적인 외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를 발표한뒤 통화정책의 오류로 실패할 경우 임기중이라도 해임할수
있는 근거를 둘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은행이 통제할수 없는 <>공공요금 인상 <>원유가격 상승등 국제
원자재 시세변동 <>홍수 가뭄 태풍등 천재지변에 의한 흉작에 따른 물가
상승분은 배제하고 목표 달성여부를 따질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제도 도입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원만한 제도시행을 위해서는 보완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안정을 최우선시한다는데 아직까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경기부양을 희망할 경우 한은총재가 아무리 낮은
물가상승률을 제시해도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정부가 거시경제차원에서 정한 물가상승률을 수용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통화에 의한 물가상승분을 정확히 분리해낼수 없어 악용의 소지가
크다고 주장한다.

이와함께 선진국중 뉴질랜드만이 유일하게 실패시 해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뉴질랜드는 중앙부처 차관도 계약제로 임명하는 나라인 만큼 한국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통화관리에 의해 물가에 영향을 미치려면 1년이상의 시차가 있는데도
매년 물가목표를 결정하라는 것은 이같은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물가안정에 필요한 외환정책 수립권한 이양 <>중장기 목표 설정
<>정부의 재정긴축등 보완 대책등이 주어지지 않는한 이 제도는 한은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옥죄는 도구로서 악용될수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갖는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