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영국 경제회복의 교훈..신세길 <삼성 구주본사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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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초 18년만에 두번째로 영국에 주재하는 기회를 맞았다.
첫 주재당시는 영국경제가 거의 파탄지경에 처해 있던 노동당정권
말기였는데, 우연히도 노동당이 18년만에 다시 총선에서 승리하고, 경제도
회복국면에 들어서 있는 때에 영국에 다시 오게 되었다.
그동안 영국은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룩했다.
정치적으로는 18년 전의 실정으로 정권을 보수당에 빼앗겨야만 했던
노동당이 그후 보수당이 이끌어온 성공적인 경제정책들을 거의 대부분
정강으로 받아들임으로써 18년 장기집권체제를 유지해온 보수당을 꺾고
재집권하는 이변을 연출했으며, 경제적으로는 18년전 침체일로를 걷던
영국경제가 자유경쟁원칙을 근간으로 한 대처 정부의 경제정책에 힘입어
전격적인 성장세를 거듭한 결과 현재는 뚜렷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지에 와서 느낀 점은 영국은 18년전의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와 같은 경향은 노동당이 정강의 뿌리라고 할수 있는 "생산수단의
국유화정책"등 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원리를 버리고 보수당의 상징처럼
되어 있던 "기업규제 최소화" "자유경쟁 원칙" 등을 당의 정강으로 수용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서 잘 알수 있다.
영국의 변화를 위한 노력은 주변의 유럽국가들 뿐만아니라 지금 선진국
진입의 길목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의
입장에서도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영국의 경제회복과정을 주의깊에 관찰하고 연구함으로써 많은 교훈을
얻을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영국은 한때 산업혁명의 발원지로, 철로 엔지니어링의 브루넬과
증기기관차의 스티븐슨, 그리고 전화를 발명하여 통신시대를 개막한
벨 등 위대한 산업 혁명가를 배출했던 세계 경제대국이었다.
그러던 영국이 2차 대전 이후 70년대 들어서는 최대의 경제적 혼란을
겪으면서 유럽의 병자로 전락하는 불운을 맞아야만 했다.
생산성은 극히 저조했고, 공장들은 쉴새없는 파업으로 한때 파업일수가
연간 총 2천9백만 근로일을 돌파하기까지 했는데 이를 환산하면 종업원
1천명 단위의 사업장 1천개가 한달간 파업으로 직장문을 닫은 수치로 당시의
사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가히 짐작할수 있다.
경제가 이렇게 심한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사회지도층은 산업
구조 조정, 직업훈련 개혁과 같은 긴급한 의제는 제쳐놓은채 비생산적인
논쟁에만 빠진 나머지 사양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은 오히려 증가하는
아이러니를 간과하고 있었다.
그 결과 통화가 극히 불안정해져 급기야 1976년에는 IMF가 파운드화
지지에 개입하는 사태가 있었고,더나아가 78년에는 파업이 공공부문까지
확산되어 거리에 쓰레기통이 넘치고 병원이 문을 닫는 소위 "불만의
겨울"을 맞기도 했었다.
한마디로 말해 당시의 영국경제는 국가 경영의 잘못으로 인해 거의
파산한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영국의 모습이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지난 5월21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순위에서 영국은
장기적인 구조조정에 성공한 것이 인정됨으로써 전년도 순위인 15위에서
올해 11위로 급상승하는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지난 18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4배이상 증가하였으며, 96년 실업률은
그동안 유럽의 모범국가였던 독일의 11.2%보다도 현저히 낮은 7.5%를
기록했고, 81년 이래 무려 독일의 10배나 되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여
국가경쟁력 향상을 객관적으로 입증함은 물론 유럽의 새로운 경제모델로
부상하게 된것이다.
이는 79년 총선에서 승리한 대처 내각이 철저한 시장경제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급선회한 이후 18년간 주요 기간산업의 민영화, 각종 규제 완화,
노동법 개정, 인플레를 억제하는 임금정책, 외국투자 유치 등을 꾸준히
실천해온 결과이다.
즉 시대에 적합한 정책뿐만 아니라 일관성있는 정책을 장기간에 걸쳐
충실히 실행함으로써 성공할수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의 투자유치청장은 전직이 유명 광고회사의 마케팅
전문가로, 이전의 관리들이 취했던 관료적인 직무태도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로 투자고객의 니즈에 대응하고 있는 것을 볼수 있다.
이러한 것이 바로 현재의 영국이 취하고 있는 효율적인 정책수행의 단적인
예라고 할수 있다.
영국은 특히 대다수 유럽국가의 경제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독 눈부신 성장을 거듭함으로써 경제개혁의 성과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최근 독일의 최고경영자들은 "향후 독일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영국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말해 영국의 경제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였다.
또한 헨켈 독일 경제인연합회장은 "대처의 경제관은 현재까지도 영국정치가
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으며, 대처야 말로 진정한 승리자"라고 극찬하는
등 영국의 경제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영국경제는 확실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년 동안 한국은 민주화라는 크나큰 변화를 겪으면서, 그 한편으로는
경제가 큰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는 동안 영국은 성공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대처 총리로부터 메이저 내각에 이르기까지 지난 18년간 일관성있게
추진해온 영국 경제정책의 근간은 금년 총선에서 승리한 블레어의
노동당정부조차도 그대로 계승함으로써 앞으로 그 추진력에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이며, 우리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
첫 주재당시는 영국경제가 거의 파탄지경에 처해 있던 노동당정권
말기였는데, 우연히도 노동당이 18년만에 다시 총선에서 승리하고, 경제도
회복국면에 들어서 있는 때에 영국에 다시 오게 되었다.
그동안 영국은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룩했다.
정치적으로는 18년 전의 실정으로 정권을 보수당에 빼앗겨야만 했던
노동당이 그후 보수당이 이끌어온 성공적인 경제정책들을 거의 대부분
정강으로 받아들임으로써 18년 장기집권체제를 유지해온 보수당을 꺾고
재집권하는 이변을 연출했으며, 경제적으로는 18년전 침체일로를 걷던
영국경제가 자유경쟁원칙을 근간으로 한 대처 정부의 경제정책에 힘입어
전격적인 성장세를 거듭한 결과 현재는 뚜렷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지에 와서 느낀 점은 영국은 18년전의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와 같은 경향은 노동당이 정강의 뿌리라고 할수 있는 "생산수단의
국유화정책"등 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원리를 버리고 보수당의 상징처럼
되어 있던 "기업규제 최소화" "자유경쟁 원칙" 등을 당의 정강으로 수용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서 잘 알수 있다.
영국의 변화를 위한 노력은 주변의 유럽국가들 뿐만아니라 지금 선진국
진입의 길목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의
입장에서도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영국의 경제회복과정을 주의깊에 관찰하고 연구함으로써 많은 교훈을
얻을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영국은 한때 산업혁명의 발원지로, 철로 엔지니어링의 브루넬과
증기기관차의 스티븐슨, 그리고 전화를 발명하여 통신시대를 개막한
벨 등 위대한 산업 혁명가를 배출했던 세계 경제대국이었다.
그러던 영국이 2차 대전 이후 70년대 들어서는 최대의 경제적 혼란을
겪으면서 유럽의 병자로 전락하는 불운을 맞아야만 했다.
생산성은 극히 저조했고, 공장들은 쉴새없는 파업으로 한때 파업일수가
연간 총 2천9백만 근로일을 돌파하기까지 했는데 이를 환산하면 종업원
1천명 단위의 사업장 1천개가 한달간 파업으로 직장문을 닫은 수치로 당시의
사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가히 짐작할수 있다.
경제가 이렇게 심한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사회지도층은 산업
구조 조정, 직업훈련 개혁과 같은 긴급한 의제는 제쳐놓은채 비생산적인
논쟁에만 빠진 나머지 사양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은 오히려 증가하는
아이러니를 간과하고 있었다.
그 결과 통화가 극히 불안정해져 급기야 1976년에는 IMF가 파운드화
지지에 개입하는 사태가 있었고,더나아가 78년에는 파업이 공공부문까지
확산되어 거리에 쓰레기통이 넘치고 병원이 문을 닫는 소위 "불만의
겨울"을 맞기도 했었다.
한마디로 말해 당시의 영국경제는 국가 경영의 잘못으로 인해 거의
파산한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영국의 모습이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지난 5월21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순위에서 영국은
장기적인 구조조정에 성공한 것이 인정됨으로써 전년도 순위인 15위에서
올해 11위로 급상승하는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지난 18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4배이상 증가하였으며, 96년 실업률은
그동안 유럽의 모범국가였던 독일의 11.2%보다도 현저히 낮은 7.5%를
기록했고, 81년 이래 무려 독일의 10배나 되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여
국가경쟁력 향상을 객관적으로 입증함은 물론 유럽의 새로운 경제모델로
부상하게 된것이다.
이는 79년 총선에서 승리한 대처 내각이 철저한 시장경제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급선회한 이후 18년간 주요 기간산업의 민영화, 각종 규제 완화,
노동법 개정, 인플레를 억제하는 임금정책, 외국투자 유치 등을 꾸준히
실천해온 결과이다.
즉 시대에 적합한 정책뿐만 아니라 일관성있는 정책을 장기간에 걸쳐
충실히 실행함으로써 성공할수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의 투자유치청장은 전직이 유명 광고회사의 마케팅
전문가로, 이전의 관리들이 취했던 관료적인 직무태도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로 투자고객의 니즈에 대응하고 있는 것을 볼수 있다.
이러한 것이 바로 현재의 영국이 취하고 있는 효율적인 정책수행의 단적인
예라고 할수 있다.
영국은 특히 대다수 유럽국가의 경제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독 눈부신 성장을 거듭함으로써 경제개혁의 성과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최근 독일의 최고경영자들은 "향후 독일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영국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말해 영국의 경제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였다.
또한 헨켈 독일 경제인연합회장은 "대처의 경제관은 현재까지도 영국정치가
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으며, 대처야 말로 진정한 승리자"라고 극찬하는
등 영국의 경제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영국경제는 확실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년 동안 한국은 민주화라는 크나큰 변화를 겪으면서, 그 한편으로는
경제가 큰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는 동안 영국은 성공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대처 총리로부터 메이저 내각에 이르기까지 지난 18년간 일관성있게
추진해온 영국 경제정책의 근간은 금년 총선에서 승리한 블레어의
노동당정부조차도 그대로 계승함으로써 앞으로 그 추진력에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이며, 우리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