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아 대우 등 기존 완성차업계가 "보고서 파문"에 대한 삼성의
공개사과가 이뤄질 때까지 강력히 공동대응키로 재결의하고 삼성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는등 한동안 소강상태로 접어들던 기존업계-삼성간의
마찰이 다시 극한대립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17일 협회 사무실에서 기존 완성차업계 대표 6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이사회를 갖고 삼성이 보고서파문에 대해 공개사과할
때까지 공동대응할 것을 결의했다.

그러나 삼성자동차는 이같은 결의를 특정회사에 대한 음해로 규정하고
기존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맞고소도 불사하겠다고 나서 보고서 파문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기존업계 대표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자동차업계의 사과 요구를 삼성이
"순수하지 못한 의도"라고 강변하는등 반성과 사과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못한다"면서 삼성에 대해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다시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삼성의 주장대로 특정업체간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과
기존업계간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삼성이 그룹의 명예를 걸고 정부에
제출한 각서내용을 성실히 이행할 것과 정부당국의 철저한 지도.감독을
거듭 요망한다"고 밝혔다.

기존업체 대표들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삼성이 제기한 구조조정의 첫 대상
은 바로 삼성 자신"이라며 "삼성 스스로 자동차사업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 "이 문제가 검찰에 대한 진정인(기아)과 피진정인(삼성)
간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자동차공업협회가 일부 회원사의 일방적인 주장에
편승해 사과를 강박하는 저의에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이는
특정회사에 대한 음해로밖에 볼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함께 "검찰조사에서 삼성에 잘못이 없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해당사(기존업체)는 이로 인해 야기된 제반 문제에 마땅히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처럼 기존업계와 삼성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서로 이번
사건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기존업계는 <>삼성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주장한 보고서를 만들어 외부에
누출시킨 것과 <>이에 따른 다툼은 기아-삼성이 아닌 기존업계-삼성이라는
점 <>보고서 누출경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고서를 만든 의도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자동차는 <>보고서를 만든 것은 회사차원이 아니라
개인차원이라는 점 <>개인적인 친분으로 제공된 보고서를 기존업체가
의도적으로 유포시켰다는 점 <>삼성과 기아간의 문제를 기존업계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 등을 문제의 핵심으로 들고 있다.

기존업계와 삼성의 시각차이가 이렇게 큰데다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보고서 파문은 이제 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게 재계의 관측이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