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개혁방안에 대한 한은과 중전 보험감독원의 반발이 확신일로를
걷는 가운데 자금시장에 다시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이 자금악화설에 시달리는가 하면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장.단기금리도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관계자들은 "일시적인 냉각기류"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주춤했던 금융대란설이 다시 고개를 들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금리동향및 시중자금사정

=한국은행이 이날 RP(환매채) 매입을 통해 8천억원가량의 자금을 1일물로
시중에 방출했지만 시장실세금리는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회사채는 "사자"가 자취를 감춘채 전일(연11.50%)보다 0.15%포인트 오른
상태에서 유통수익률이 형성됐다.

1일물 콜금리도 연11.48%를 기록, 전일보다 0.3%포인트 이상 올랐다.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과 기업어음(CP) 할인금리도 각각
연11.68%, 연11.50%로 전일보다 0.08~0.15%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들어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과도하게 통안채를 매입하는
바람에 빚어진 자금수급상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주중 은행고유및 신탁 제2금융권 등은 1조5천억원가량의 통안증권을
사들였다.

한은은 통안증권을 시중에 내놓으면서 경쟁상품인 당시 산금채 금리
(연12.0%)보다도 높은 금리(연12.15%)를 제시, 유동성을 적극 흡수했었다.

게다가 1조2천억원규모의 원천세 납부도 있었다.

이로 인해 17일 현재 은행권의 지준은 누적적수로 2조5천억원가량 부족한
상황이다.

비록 당국의 환시장 개입물량 4천억원이 이날 나오긴 했지만 시장관계자들은
한은이 단기적으로 유동성 조절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파악하는 분위기다.

<> 기업자금사정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에 대한 종금사들의 대출금 회수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기업은 하루에만 8백억원이상의 교환어음을 막아야 하는 등
자금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일엔 부산의 태화쇼핑이 극심한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
하기도 했다.

17일엔 자금악화설이 다른 기업으로까지 번져 일부기업은 근거없는 루머에
시달려야했다.

더구나 종금사들도 최근 남아도는 자금을 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와 은행
차입금 상환에 주로 활용했기 때문에 대출재원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사정을 반영, 기업들이 은행에서 급전으로 끌어다쓰는 당좌대출
잔고가 크게 늘어났다.

7대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 16일에만 당좌대출 잔고가 6천2백22억원 증가
했다.

그 결과 20% 중반에서 큰 변동이 없던 당좌대출한도 소진율도 서울(38.1%)
상업 한일(각 30.6%) 등으로 껑충 뛰었으며 당좌 기준금리도 지난 주말
(연12.11%)에 비해 0.3%포인트이상 올랐다.

<> 전망

=박철 한은 자금부장은 "월후반 자금전망이 양호할 것으로 봤기 때문에
은행지준을 다소 빠듯하게 가져갔다"며 "유동성 지원조치를 계속 취하고
있으므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 자금시장의 안정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관계자들은 여전히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병철 동양증권 채권부과장은 "예상됐던 5천억원규모의 재정자금 방출이
지연되고 있어 금리가 상승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은행의 지준부족이 풀리지
않을 경우 당분간 회사채수익률은 연11.70% 콜금리는 연12.0%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계자들은 특히 제2금융권의 "부도" 불안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자칫 금융개혁안을 둘러싼 재경원과 한은의 "밥그릇" 싸움
으로 인해 자금시장이 엉뚱한 유탄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