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재고누증에 따른 경영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또다시 본격적인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다.

무이자할부판매등 대대적인 조건완화 경쟁은 물론 각 영업소별로는
밀어내기 경쟁의 악순환이 재연되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집계한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자동차내수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0%이상 감소했다.

1~2월에 워낙 감소폭이 컸던 데다 4월들어 조금 회복의 기미가 보였지만
5월부터는 다시 내리막길로 들어선 셈이다.

6월들어서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재고량 추이 =이에따라 재고물량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때 10만대 이상으로 늘어난 재고량(내수부문)이 일시적으로 해소되는듯
했으나 요즘들어 다시 13만대를 육박하고 있다.

업체별로는 현대자동차가 3만7천여대를 넘어섰고 기아자동차는 3만6천여대
에 육박한 수준이다.

대우와 아시아 쌍용자동차 등은 각각 2만8천여대, 2천6백여대,
4천3백여대씩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현대와 기아등 일부 업체들의 재고물량은 이달들어 큰 폭으로 늘어,
현대의 경우 이달 중순 현재 5만여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재고물량이 크게 늘어나자 업체들은 생산량 조절을 위해 일제히
조업단축에 나서는 한편 무이자할부판매등 대대적인 판매조건 완화경쟁에도
나서고 있다.

<> 업체별 무이자할부판매 =현대자동차는 지난 11일부터 티뷰론을 제외한
모든 승용차에 대해 차종별로 15~24개월씩 무이자할부판매에 들어갔다.

기간은 이달말까지 한시적이다.

현대가 올들어 무이자할부판매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4월부터 구형 모델에 대해 무이자할부판매를 실시한데
이어 이달부터는 98년형 모델에 대해서도 길게는 30개월까지 무이자로
할부판매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등 신차에 대해서는 회사 임직원에
한해 무이자할판을 실시중이지만 일반인에 대해서는 프린스만 30개월
무이자할부로 판매중이다.

쌍용자동차는 무쏘와 코란도 이스타나 차종에 대해 10개월 무이자할판을
실시하고 있다.

<> 밀어내기(선출고) 재연 =업체들은 무이자할부판매 외에도 차량 구입시
할부이자율을 내리고 다양한 판촉물을 제공하는 등 조건완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경쟁사를 의식한 실적 부품리기도 재연될 조짐이다.

지난 4월 선출고로 물의를 빚었던 업체들간의 출혈경쟁이 또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처럼 자동차업계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업체들은 소모적인 분란만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불황
극복을 위해 업계 전체가 하나로 뜻을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