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형 정보통신기기메이커인 팬택의 김영진 전무(37.무선호출사업부장).

그와 이사업부 개발팀원들은 1백50여차례의 해외 출장을 통해 광역로밍
기능의 고속무선호출기 핵심칩인 플렉스디코더칩셋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냈다.

김전무는 이 칩셋을 기초로 기존삐삐(폭삭페이저)보다 5배 빠른 속도로
서비스되고 전력소모도 5배나 줄어든 고속무선호출기(플렉스페이저)를
내놓았다.

팬택은 이에따라 오는 7월초부터 SK텔레콤등 한국무선호출협의회가
전국로밍체제로 일제히 서비스에 들어가는 고속무선호출의 단말기를
독점공급하는 시대를 열었다.

이 회사는 이미 4백50억원에 이르는 주문물량을 받아두고 있다.

또 일본 홍콩 중국 대만 싱가폴등과 수출상담을 끝낸 상태다.

"95년 7월 미국 모토로라사와 고속무선호출의 업계표준인 "플렉스프로토콜
"사용계약을 맺으면서 칩셋개발에 들어갔지요.

처음엔 이 회사의 칩셋을 쓸계획이었는데 공급이 늦어져 독자 개발을
추진하게 됐지요"

그러나 당시 어느 나라에서도 이방식으로 무선호출서비스를 하는 곳이
없는데다 테스트를 위한 장비가 없어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프로토콜만 갖고무작정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칩셋설계를 하고
작동여부를 판단하며 시험환경을 직접 구축해 나갔다.

개발도중인 지난해 6월 일본이 서비스(플렉스-TD)에 들어가고 연말부터는
홍콩(플렉스-TM)에서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김전무와 연구원들의 해외나들이 여정이 시작됐다.

개발장비를 들고 1주일에 2-3차례씩 일본과 홍콩으로 출장을 떠나 시험을
계속했다.

칩셋개발에 대한 어느정도의 확신이 서 LG반도체에 의뢰, 시작품(팹)을
제작하고 이를 내장한 고속삐삐를 만들었다.

"홍콩과 일본에서 필드테스트를 해보았지요.

엉망이었어요.

신호처리등에서 오작동이 생기는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견돼 보완에
보완을 거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 때려치우고 모토로라의 하위버전 칩셋을 쓰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고 한다.

돈도 많이 들어갔다.

벤처기업이 부담하기엔 큰 20억원이상이 투입됐다.

일본과 홍콩의 무선호출사업자의 시험에 대한 도움과 올해초 국내에서도
고속무선호출의 환경이 일부 구축되면서 보완작업의 속도가 빨라졌다.

김전무는 지난 4월 가로X세로 각 7mm로 크기로 3만7천개게이트(회로수)를
갖고 플렉스프로토콜을 처리하는 만족스런 칩셋을 개발했다.

무엇보다 이를 채용한 광역 로밍기능의 고속삐삐를 전세계 누구보다
먼저 내놓을 수있었다.

<윤진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