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날 열린 당정회의에서도 강경식부총리는 완강한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이미 한은총재 금개위의장과 합의했고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은 일이라는
점"을 정부측은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강부총리의 이런 입장은 이날 오전 금개위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의 발언
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부총리는 "21세기 금융질서의 근간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만들어진 개혁
방안"이라고 밝히고 "개혁안이 모든 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만큼 법안이
성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경원의 고위관계자도 "(중앙은행 문제가) 40년동안이나 토론만 해왔던
문제"라고 말하고 "지금 다시 시기를 놓치면 개혁은 또 물건너 간다"며
이번에 반드시 매듭이 지어져야 한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정부가 발표한 금융개혁의 일부 조항에서는 다소간의
수정도 가능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어차피 법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국회가 주최하는 공청회가 예정되어 있고
이 과정에서 자구수정등 변화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것을 정부는
고려에 넣고 있는 듯한 뉘앙스다.

그러나 재경원 관계자들은 이 경우에도 골격을 바꾸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다만 일반인들이 오해할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표현을 완화하고 근본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한은의 요구가 있다면 수용할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 예로 한 고위 관계자는 "물가에 책임을 물어 해임" 할수 있도록 한
금통위 의장의 임면에 관한 조항을 "통화가치의 안정에 대한 책임" 정도로
순화된 표현으로 바꾸는 일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금통위에 사무국을 설치키로 한 것은 당초 한은측이
요구했던 것"이라고 밝히고 "만일 한은이 이부분에 반대 한다면 사무국을
별도로 두지 않고 현재 처럼 한은 내부 조직이 사무국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본은 유지하되 자구표현등 오해가 있을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융통성
있게 대처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정규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