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도서관장인 강봉수(54) 부장판사.

그는 최근 판사들만 이용이 가능하던 법률정보 데이터베이스 "LX프로그램"
을 한장의 CD롬으로 제작했다.

억울한 송사에 휘말린 일반인이 변호사에게 비싼 상담료를 물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 CD롬 한장은 주요판례 4만여건을 비롯 방대한 분량의 현행법령 전문과
문헌정보를 총망라해 담고 있다.

특히 임의어만 입력하면 관련 법규와 판례를 동시에 검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이용자의 편의를 높였다.

"사실 LX프로그램은 호기심에 혼자 쓰려고 만든 것이지 어디에다
공표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이용해본 동료 판사들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달라는
주문을 해 개정작업에 1년간 매달렸지요"

LX는 지난 93년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중이던 강판사 개인의
4년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끝에 탄생했다.

LX는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서울지역 판사를 중심으로
급속히 보급됐다.

그후 PC통신망을 통해 공개되면서 변호사등 법조인들은 물론 학계에까지
가장 애용되는 데이터베이스로 자리잡았다.

특히 두꺼운 법전과 씨름해야하는 법대생 및 사법연수원생들에게 키워드만
입력하면 단 몇초만에 법령과 관련 판례를 검색해내는 LX는 바이블과 같은
존재가 됐다.

강판사는 "10년전 아이들에게 애플 컴퓨터를 하나 사주고 같이 앉아
컴퓨터를 두들기곤 하다보니 취미가 붙었죠"라고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계기를 말했다.

그는 당시 이미 간단한 손해배상액 계산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등 단순
이용자의 수준을 넘어섰다.

"사실 제가 LX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하니까 컴퓨터 전문가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조금 아는 정도죠.

요즘은 인터넷을 배워 넷맹을 탈출하고 당당한 네티즌 반열에 오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는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법조계에도 네티즌들이 많다"며 "특히
젊은 판사를 중심으로 통신에 동아리를 조직하고 자료를 교환하는 등 통신에
대한 열의가 높은 편"이라고 들려준다.

법원도서관은 오는 2000년까지 전자도서관을 구현, 이용자들이 안방이나
사무실에 앉아 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모든 법률정보를 손끝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글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