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잠못 이루는 밤"

계곡과는 딴판인 전원형 하이테크산업단지인 실리콘밸리에는 잠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다.

연구진들은 세계 최첨단의 신기술을 개발하느라 밤을 새우기가 일쑤이다.

경영진들은 자고 나면 경쟁에서 뒤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신전략을 짜느라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벤처기업을 투자지원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투자기업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와 "홈런"(투자적중)의 벅찬 기대감으로 의식이 늘 깨어 있다.

실리콘밸리는 바로 이들에 의해 언제나 살아 있고 이들에 의해 미국경제는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는 현재 컴퓨터 반도체 소프트웨어 통신 생명공학 관련업체등
6천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중 지난해 톱 1백50개 기업의 총매출은 1천4백22억달러로 전년대비
68%나 증가했다.

일자리도 95년보다 4만개 정도 늘어났다.

실리콘밸리가 미국 전체경제의 20%이상을 떠맡으면서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은 휴렛팩커드 인텔 선마이크로시스템 시스코스리콤등 대부분의 초우량
기업들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의 성공은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한 것으로
황승진 스탠퍼드대경영대학원교수 조대형 KOTRA샌프란시스코무역관장
김흥준 변호사등 현지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첫째 기업과 연계돼 있는 스탠퍼드대와 스탠퍼드에서 파생한 SRI라는
훌륭한 교육.연구기관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산학협동이 원활하게 마련이고 나아가 스탠퍼드대교수나 연구원이
대학을 떠나 창업한 기업의 수는 1천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술 지식만 중시할뿐 인종 성별 나이에 편견이
없다는 점.

인텔 선마이크로시스템 오라클등 많은 회사의 창립자중 한사람은 외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사람이다.

셋째 파산에 대해 관대한 점이다.

캘리포니아주의 파산법과 조세법은 파산에 관대하고 기업도산을 죄악시하지
않아 파산해도 다시 창업에 도전하는 풍토가 조성돼 있다는 것.

벤처캐피털리스트도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한편 언제나 위험부담을 떠안을
각오가 돼 있다.

넷째 인재가 한곳에 집중되지 않고 성장분야를 찾아 차례로 이동한다는
사실이다.

인재들은 기업들의 스톡옵션제로 인해 막대한 부를 거머쥘수 있고 이같은
부의 축적이 존경을 받는 문화적 배경도 기업성장을 북돋우는 요인이다.

다섯째 기업투자전문가 네트워크를 들수 있다.

각 회사마다 10여명 안팎의 투자자문단이 구성돼 있어 이들을 통해 새로운
상품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의 자금줄인 벤처캐피털회사는 실리콘밸리기업들에 꼭
필요한 존재.

미국에는 현재 약 1천개의 벤처캐피털회사가 있으며 이중 1백개가
실리콘밸리에 자리잡고 있다.

1백개사중 50개사 정도가 매년 1억달러 이상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면서
다각적인 금융외적 지원을 하고 있다.

에인절(개인투자자) 자금도 중요한 벤처자금줄 역할을 한다.

여섯째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자본.금융시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기법을
통해 창업가 및 투자자에게 쉽게 자금을 공급하고 회수할수 있다는 점이다.

일곱째 정부의 규제나 간섭이 없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문화 풍토에다
캘리포니아 특유의 쾌적한 기후조건이 사업여건을 완벽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도 미국의 벤처산업, 특히 실리콘밸리의 벤처비즈니스를
벤치마킹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실리콘밸리는 한국벤처의 길잡이가
됨직하다 하겠다.

< 샌호제이(미 실리콘밸리)=문병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