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E.월시가 쓴 "방화벽"(원제 Firewall, 노튼출판사)이 미국 출판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란-콘트라 사건의 음모와 은폐"라는 부제에서 알수 있듯이 80년대 중반
미국을 강타했던 "이란-콘트라 게이트"의 전모를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월시는 다름아닌 "이란-콘트라" 사건 특별검사.

월시가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985년 레이건 미대통령이 비밀리에 외교안보 보좌관 포인덱스터와 그의
오른팔 노스 중령을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레바논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인질들을 석방시킬 방안을 짜내기 위해서였다.

묘안이 나왔다.

레바논 테러집단의 후원자인 이란에 무기를 주고 인질을 빼오자는 것.

며칠후 대전차 미사일이 이스라엘을 거쳐 이란으로 수출됐다.

인질들은 하나둘씩 석방됐고 무기수출대금이 미국으로 송금되기 시작했다.

레이건과 CIA는 그 돈으로 니카라과 공산정권에 대항하는 우익반군들에게
지원했다.

일이 착착 진행되던 86년 가을 레바논의 한 신문이 미국산 무기의 이란
유출을 보도하면서 "이란-콘트라" 사건이 문제화됐다.

7년에 걸친 수사끝에 월시는 14명을 기소했고 그중 11명이 유죄로 판결났다.

그러나 노스 중령등 대부분의 피의자들에겐 "이란-콘트라 게이트"의 본질이
아닌 사소한 혐의만이 인정돼 형량이 대폭 낮춰졌다.

월시는 이 책에서 권력의 사건은폐 기도와 수사도중 행해진 권력의 압력을
낱낱이 파헤치며 사건 자체를 "권력형 음모"로 결론내렸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