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US 오픈때 아주 보기 드문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타이거 우즈가 스푼으로 치핑을 하는 모습이었다.

3라운드 10번홀(파4)에서 우즈는 홀까지의 약 15m거리를 스푼으로 볼을
굴리며 홀인에 성공, 버디를 잡았었다.

우즈는 2라운드에서도 그같은 샷을 구사, 파세이브를 하기도 했다.

클럽이 스푼이고 그린 밖에서의 샷이라 ''치핑''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사실 퍼팅 스타일의 샷이었다.

볼이 페어웨이에 있지만(그린 양옆의 러프가 아님에 유의) 홀까지 극히
가까운 거리에서 스푼으로 볼을 굴리는 것은 이제까지 거의 보지 못했던
발상.

우즈는 그 샷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3번우드의 헤드 무게중심은 퍼터보다 더 밑(바닥쪽)에 있다.

무게중심이 밑에 있으면 볼이 더 뜨기 쉽다.

이는 퍼터로 치는 것보다 스푼으로 치는 게 볼을 잔디위에서 더 매끄럽게
굴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당시의 잔디는 비가 왔기 때문에 푹 젖어있었다.

젖은 잔디의 ''끈끈함''을 이겨내며 볼을 굴리려면 퍼터보다 스푼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스푼은 로프트도 13도에 불과하고 바닥도 넓고 평평해서 얼마든지 퍼터
대용클럽이 될 수 있다.

이 샷은 생각보다 아주 쉽다"

물론 이 샷의 핵심은 거리감일 것이다.

그 거리감은 퍼팅할 때의 느낌과 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

손에 쥔 클럽은 스푼이지만 퍼팅할 때와 똑같이 치면 된다는 뜻.

''잔디가 젖었다''는 상황변화에 따라 거리용 클럽인 스푼을 퍼팅용으로
바꾸는 시도.

그것은 누가봐도 ''기발한 골프''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