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방임주의 그ㅌ, 정부간섭 시작''

홍콩이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제조업을 실리기위해 내놓은 처방전이다.
반환을 계기로 중국 남부지역의 값싼 노동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 무역뿐만아니라 제조업활성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동아시아경제의
중심지로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야심에 차있다.

사실 제조업은 지난 20여년동안 서비스산업이 연평균 17%대의 고도성장을
누릴때도 그 그늘에 가려 맥을 추지 못했다.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80년 24%에서 9%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둥젠화행정부도 제조업육성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둥 초대행정장관은 지난해말 한모임에서 ''섬유및 첨단산업의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지 못한 상태지만 대체적인 윤곽은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선천등 본토와 인접한 지역에 대규모 추출가공지대를 설치하는 것.

중국의 값싼 노동력등을 활용해 제조업전진기지를 세운다는 전략이다.

특히 반환을 계기로 광둥성 성도인 광저우를 기점으로 선천과 주하이를
연결하는 ''주장삼각주''로의 자연스러운 편입도 더없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지역은 오는 2006년쯤이면 인구 4천만명에 연간 생산액규모
8천억달러의 경제권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홍콩정부는 또 다국적기업을 위한 연구투자단지를 세울 계획이다.
산학협동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학교근처에 중소기업보육센터를 만들어
기술과 아이디러를 가진 기업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홍콩판 ''나스닥''설립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벤처기업들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제조업체들의 목소리도 어느때보다 드높다.

제임스 티엔 홍콩상공회의소 회장은 ''금융등 서비스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경제구조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맨해튼가먼트사 사장이기도 한 티엔은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아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홍콩경제의 ''포트폴리오재구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초소형모터를 생산하는 존슨 일렉트릭사 패트릭 왕 회장의 지적은
홍콩제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R&D(연구개발)투자를 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한마디로 미래가 없다는 얘기다''

이들 업체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앞장서서 제조업을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사업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들의 간접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부동산가격안정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GNP(국민총생산)의 0.1%에 불과한 R&D투자규모도 대폭 늘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기틀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제조업육성은 싱가포르 대만 주변국들이 세제혜택을 포함한
각종 인센티브를 유인책으로 반도체디자인 생명공학등 최첨단분야중심으로
외국인투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일본처럼 정부주도의 경제체제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저세율정책을 유지하면서 최고의 인프라를 제공한다
면 금융등 서비스산업에만 의존해도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젠 둥 행정부가 장기적인 경제개발계획하에
홍콩장래를 책임져야하는 상황이기때문에 정부의 ''간섭''이 과거처럼
금기시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홍콩 특별 취재반 <임혁 산업1부기자>
<김수찬 국제1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