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골드러시의 현장''으로 일컬어지는 미 실리콘밸리.

캘리포니아주북부의 샌호제이 샌타클래라 프레몬트시 등에 걸쳐 있는 이
전원형 첨단산업단지에 ''코리안 벤처''가 영글기 시작했다.

한국계 벤처기업들이 ''코리안드림''을 일구어 가고 있고 벤처캐피털(VC)
회사들이 이 지역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기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이곳에서 현재 선전하고 있는 한국계 기업은
파워컴퓨팅 AIO마이크로서비스 실리콘이미지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자일랜드
등.

두인전자 가산전자 메디슨 등 근래 설립된 한국회사 현지법인이나 지사들도
기술장벽을 넘어 시장선점을 향해 경주하고 있다.

두인전자 샌호제이 현지법인인 ''E4''는 지난해 9월 설립이래 미국 10대
컴퓨터업체들을 중점 공략, 최근 이중 한 업체에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용
카드를 공급키로 합의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법인의 황종범 사장은 "화질 음질 다기능 및 정보량 등에서 차별화한
시스템통합 기술을 평가받아 해외업체와의 경쟁을 뚫고 공급업체로 선정돼
이달말 첫 공급하게 된다"고 밝혔다.

다른 3~4개 컴퓨터메이커로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어 올 하반기중에만
적어도 5천만달러어치를 미국시장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황사장은 "특화된 기술을 확보하면 한국의 중소기업도 세계무대에서 성공
할수 있다는 벤처의 비전을 제시할 목적으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다"며
"고급 연구인력을 확보해 최고수준의 제품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줄곧 사업을 펼쳐온 파워컴퓨팅은 이곳의 한국계 기업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타고 있는 업체로 꼽힌다.

컴퓨터제조업체인 이 회사는 창업 2년만인 지난해 매킨토시의 판매로
무려 2억6천만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올해 5억달러, 내년에는 10억달러를 달성할 계획.

이 회사의 스티브 강 사장은 "3~6개월 단위로 고성능의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소비자로부터 주문을 받아 2~3일내에 직공급하는 독특한 판매전략
으로 애플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수 있었다"고 밝혔다.

프레몬트시에 있는 반도체장비업체인 AIO사도 역경을 딛고 성공한 케이스.

이 회사의 김인곤 사장은 지난 77년 미국에 이민 와 88년 차고에서 자본금
4천달러로 창업한 이래 90년 모토로라 납품업체로 선정되면서 성장, 지난해
2천6백만달러어치를 팔았다.

실리콘이미지(회장 이대범)는 노트북에만 적용할 수 있었던 초박막액정표시
장치(TFT-LCD)를 일반 네트워크컴퓨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방식의 칩을 최초로 개발, 세계시장 석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 벤처기업의 성장에는 벤처캐피털이 역할이 컸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벤처캐피털회사중 현재 실리콘밸리 지역 투자에 적극적인 업체는 현지
지사를 두고 있는 한국기술투자 동양창업투자 한국종합기술금융(KTB) 등.

여기에 이달초 국내 창업투자회사 관계자 27명이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주관
아래 실리콘밸리의 투자여건을 실사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어 실리콘밸리
투자업체는 크게 늘 전망이다.

한국기술투자는 샌호제이지사(지사장 김흥준 변호사)를 통해 파워컴퓨팅
실리콘이미지 등에 3백만달러 가량을 투자해 놓고 있으며 올해중 5백만달러
를 추가 추자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김변호사가 주축이 돼 다수의 현지 파트너들과 함께
''퍼시픽밀레니엄벤처'' 펀드(5천만달러 계획)를 결성, 한국 등 아시아지역과
교역관계에 있는 통신및 IT(정보기술) 업체들을 대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동양창투는 샌타클래라시의 양방향페이저업체인 GW컴 등 6개 미국 회사에
약 8백50만달러를 투자한 상태이며 현재 미국 5건, 동남아 1건의 투자를
검토하는 중이다.

지난 2월 미래산업으로부터 벤처자금을 받은 AIO사의 김사장은 "고급경영진
유치, 신제품개발및 상장전략상 벤처자본을 받는 것은 긴요하다"며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하이테크기술, 생산협력을 할수 있는 한국의 벤처캐피털
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장은 LG 대구 제일 한림 신보 기은 보광 일신 경남 대우 동아 일진 한벽
동원창투 우리기술투자 한국벤처금융 등 창투사 관계자들과 함께 실리콘밸리
에 들른 임인주 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오는 10월부터는 동반투자가 아닌
창투사 단독 해외투자가 가능해져 벤처업계의 국제화가 촉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 샌호제이(미 실리콘밸리) = 문병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