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3월 스위스의 시바가이기와 산도스가 합병해 ''NOVARTIS''사가
탄생했다.

두 회사는 힘을 합쳐 제약부문 세계 2위, 농약부문 세계 1위의 새 업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일본의 미쓰비시유화와 미쓰비시화성은 지난 94년 10월에 합병, 미쓰비시
화학으로 거듭났다.

이 미쓰비시화학은 최근엔 일본 합성고무(JSR)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ABS(아크릴로 부타디엔 스티렌)분야에서 세계 4위로 올라섰다.

선진업체들의 이런 구조조정 작업의 키워드는 합병과 통합을 통한
핵심역량의 강화다.

기업과 기업간 또는 품목과 품목간 합병 내지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제전쟁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사업영역 국경 시간 등 다양한 의미에서 ''장벽의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분야에서의 구조조정인 셈이다.

앞서가는 외국 기업들의 구조조정 사례를 소개한다.

=======================================================================


해외매출비율 80%이상, 수출국 1백70여개국, 세계 생산거점 36개소,
독일에 기반을 둔 다국적 화학기업 훽스트의 외형적인 면모는 이렇듯
화려하다.

그러나 이 회사도 90년대 들어 경기후퇴의 영향을 심하게 받았다.

각 부문의 채산성은 계속 떨어졌고 적자를 보는 사업장도 늘어가기
시작했다.

91년부터 본격화된 이 회사의 구조조정은 합리화와 사업포트폴리오
재평가를 포함한 대규모 사업재편으로 요약된다.

규모확대를 위한 전략적 합작과 한계사업에서의 철수가 그 골자다.

전체적인 방향은 화학비중의 축소를 통한 탈화학이다.

훽스트는 지난 95년 도르만 회장 취임 이후 97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것을 의식해 리스트럭처링을 가속화하는 한편 생명공학에 경영을 집중해왔다.

도르만 회장은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업들을 재정비하고
합리화의 방법으로 인수 및 합병(M&A)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사업부문을 독립화하고 전략지주회사(strategic management holding
company)를 설립, 산하에 다른 경영체제를 가진 10개의 사업단위를 두고
최적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훽스트만의 특징이다.

이는 사업운영을 독립법인화한 각 사업부에 위탁해 사업별 수익성의
투명도를 높이고 모회사는 전략지도와 재무지원에 전념해 스태프의 기업화
정신을 고양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 회사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화학섬유와 폴리머사업에 대한 비중을
대폭 축소해나가고 있다.

우선 폴리에스터와 엔지어링플라스틱 기초화학품 등의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대부분은 제휴를 통해 분사화한다는 방침이다.

무기화학품 사업과 정밀화학부문 등에서도 유럽의 다른 회사들과 합작사를
설립, 일부 품목을 이관하고 있다.

대신 핵심부문은 인수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강화하고 있다.

의약부문을 확충하기 위해 지난 95년6월 미국 매리언 매렐다우사를 인수해
훽스트 매리언 루셀로 통합했고 농약사업에서는 셰링과 합작으로 AgrEvo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이들 두 분야의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 회사가 저성장시대에 대응해 수익위주의 기업체질 구축을 위한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내린 결론은 ''탈화학''이다.

대신 그 자리에 생명공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