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부설 자유기업센터는 "늘어나는 공무원 비대해지는
정부"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5월 현재 우리나라의 공무원수는 93만1천6백
15명으로 문민정부 집권 초기보다 6.7%(5만8천6백83명)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동안의 순취업인구수 증가율(5.3%)을 크게 웃도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민정부가 내건 "작은 정부구현"은 실패했다고 풀이했다.

5공 초기인 81년과 비교하면 인구는 18.8% 증가했으나 공무원수는 39.9%
나 늘어나 공무원 1인당 인구수는 5공때의 60.4명에서 6공 52.1명, 지난
5월 49.2명으로 줄었다는 얘기다. 공무원수를 영국수준(공무원 1인당
1백18.8명)으로 줄인다면 58.6%를 감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왜 해마다 재정증가율이 경상성장율을 웃돌았는지, 그토록 요란했던
규제완화가 왜 구호에만 그쳤을 뿐 피부에 와닿지 않는지를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구증가율보다 공무원수 증가율율이 두배 이상 높다는 것은 정부내에
불필요한 조직, 별로 할 일도 없는 놀고 먹는 공무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과대학생이건 공과대학생이건 하나같이 고시에만 매달리고 있는 대학가
의 현실, 그래서 대학당국이 "법과대학생이 아니면 법대과목을 수강할 수
없다"는 웃지못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도 까닭이 있다고 하겠다.

늘어나는 공무원수가 단순히 정부예산상의 인건비부담증가 그 이상의
폐해를 가져온다는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의자가 의자를 늘린다"는 파킨슨의 법칙이 그대로 통용되는 관료조직의
이상비대는 필연적으로 규제를 양산, 경제활동에 불필요한 비용증가를 강요
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다음 정권의 제1차적인 과제는 바로 그런 점에서 과감한 행정개혁
이라고 확신한다.

현재의 관료조직을 그대로 두고서는 규제완하니 기업하기 좋은 나라니 하는
얘기들은 말짱 공염불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실행가능한 증원억제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직제 및 조직 정비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분기 또는 반기마다 각기관별 정원을 공시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지자체의 증원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럴 필요가 있다.

지방공무원 인사권을 지자체장에게 대폭 이양하는 대신 공무원수 증가가
과연 불가피했는지 차기지방선거에서 심판받게 한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중앙부처와 그 관변조직도 대폭 정비돼야 한다. 마땅한 정책수단도 없는
중기청신설이 과연 바람직했는지, 수도 없이 많은 관변연구소도 다 이대로
둘 필요가 있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직급인플레를 가중시켜 새로운 국,과신설 압력을 낳고있는 복수직급제를
폐지하는 대신 대대적인 권한의 하부이양을 추진해야 한다.

명예퇴직제 등이 정부기국에서만 배제되어야할 까닭도 없다.

공무원감축은 규제완화와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해서도 더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