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2주기를 맞아 평론집 "문학과 인간"과
자전에세이집 "나를 찾아서"가 출간됐다. (민음사)

문학평론가 유종호 김윤식, 소설가 이문구시로 구성된 "김동리전집"
편집위원회에서 1차분 장.단편소설집 6권에 이어 2차로 내놓은 것.

평론집 "문학과 인간"에는 대표적인 문학논쟁과 시인 소설가들의 작품을
분석한 글이 담겨있다.

"세대논쟁" "순수문학논쟁" "본격문학논쟁" 등을 통해 치밀한 논리를
폈던 논객이자 동료 문인들의 작품을 꼼꼼하게 살핀 평론가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김소월 박종화 서정주 유치환 최정희씨의 작품에 관한 촌평도 들어있다.

자전에세이집 "나를 찾아서"는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 그간 발표했던
4백70여편의 에세이중 자전적 성격이 강한 70여편을 직접 고르고 미발표
유고들을 보태 차례까지 정해놨던 책.

일종의 "김동리자서전"이다.

그의 유년시절과 집안이야기, 미당과의 만남, 등단시절의 에페소드, 만해
한용운과 "등신불" 화개장터와 "역마" 등에 얽힌 얘기들이 흥미롭다.

일제하의 초등학교 6학년 시절, 학교문고에 실린 작문 "돛대 없이 배
탄 백의인" 때문에 경주경찰서 고등계로 불려가 "요시찰인물"이 될뻔한
사연도 재미있다.

갈채다방과 명천옥 시대의 문단 풍경에는 가벼운 주머니사정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나눈 당시의 풍속도가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마지막에 실린 "며느리에게 주는 말"은 경구처럼 들린다.

"아들딸은 둘에서 넷 정도가 좋고 부자되려고 욕심내지 말며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항상 유의하라.

천지신명께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독서나 서예취미를
기르라"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