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 일찍 무더위가 찾아온 올 여름.

최근들어 너나 없이 해외로 해외로 나가는게 일반적인 추세지만 눈을
돌려보면 국내에도 가볼만한 곳이 이외로 많다.

인파가 많이 몰리는 유명관광지보다 인적이 드문 곳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젓한 산속에서의 삼림욕도 좋은 피서방법이다.

녹음이 우거진 산속에서 도시의 찌든 때를 벗고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
마시면 활력이 샘솟을 듯.

가족끼리 오붓하게 바캉스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곳들을 알아본다.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의 구봉대산(8백70m)은 주변 계곡이 말고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산이름 그대로 하늘을 찌를듯한 9개의 암봉이 연달아 솟구쳐 있어 능선을
따라 하나씩 밟아보며 정상에 오르는 것도 큰 매력.

언뜻언뜻 산중턱에서 바라다 보이는 연봉들에 눈을 주면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장관이 펼쳐진다.

인근의 법흥사에는 석가여래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적멸보궁도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

교통편은 약간 불편한 편.

원주행 고속버스를 이용한 다음 수주면까지 시외버스, 다시 택시로
법흥사 입구까지 가야 한다.

원주에서 40분 소요.

전북 남원군 금지면의 고리봉(7백90m)도 추천할 만한 코스.

남원하면 가장 먼저 춘향이와 지리산을 떠올리게 되지만 검고 큰 덩치의
바위능선으로 이루어진 고리봉은 아기자기한 산행으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산이다.

바위능선은 남원에서 순창방향으로 88고속도로나 24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산행기점은 방촌.

솔밭을 지나 30여분 정도 오르면 만학골이 나온다.

암반들이 서로 물고 물린 형상이 일품이다.

넋을 잃고 바라보다간 물을 머금어 미끄러운 바위에 엉덩방아 찧기가
십상이니 요주의.

여기를 통과하면 소나무숲.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바라보는 계곡은 우리 산하의 색다른 맛을 전해
준다.

남원에서 곡성방향 시외버스를 타고 금지면 고리봉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소요시간 20분.

육지를 벗어나 바다를 벗삼은 섬으로 떠나고 싶은 사람에겐 경남 통영의
사량도가 좋다.

사량도는 섬자체가 뱀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 섬 중앙에 자리잡은 지이망산은 높이는 얼마되지 않지만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과 어우러져 그 어느 명산 못지 않게 절묘한 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바닷바람에 땀을 식히며 이 고장의 별미인 막 건져낸 싱싱한 회를 맛보는
것도 사량도를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열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해 경남 진주까지 가서 삼천포행 버스로 갈아탄다.

삼천포에서 하루 두번 왕복 운항하는 사량도행 여객선을 이용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50분 정도.

< 김재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