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CP)이 안팔린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CP에 투자하는 은행의 금전신탁과 투신사의
초단기금융상품(SMMF) 등으로 시중의 돈이 몰리면서 종금사가
할인한 CP를 사가는 CP 매출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은행신탁계정 등의 보수적인 CP매입이 지속돼 오히려 CP
매출은 이달들어 지난 18일까지 1조2천7백22억원(잔액기준) 줄었다.

할인 CP의 70~80%가 종금사를 거쳐 은행 신탁계정이나 투신사 등에
의해 매수(CP매출)된다고 볼 때 CP 매출 급감은 기업의 자금운용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CP 매출 급감은 은행 신탁계정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CP를
사가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기존에 사둔 CP에 대해서도 만기연장을
기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종금사는 은행 등에 팔린 CP가 만기 연장이 안될 경우
이를 자체 신용 여신으로 떠안거나 기업에 결재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S종금사의 자금담당 관계자는 ''최근 일부 대기업이 하루에 8백억원이
넘는 CP의 교환을 막느라 고전하면서 자금 악화설이 불거져 나온 것도
이같은 사이황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P 발행기업별 보유한도가 있기 때문에 은행등에 매출한
CP를 보유하고 싶어도 교환에 돌릴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은 시장 상황이 간과된 채 종금사가 어음을 돌려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킨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CP 매출은 급감하고 있는 반면 CP 할인은 늘고 있어 대조된다.

CP 할인은 지난 18일까지 전월말보다 4천4백29억원 늘었다.

D종금사의 자금부장은 ''만기 연장이 안된 매출 CP를 직접 떠 안거나
1~10일짜리 단기 여신을 늘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광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