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하면 온갖 약재들의 냄새가 코를 찌르는 어두침침한 장소를
떠올리게 된다.

눈을 지긋이 감은채 환자의 맥을 짚는 노한의사도 빼놓을수 없다.

홍성관(32)원장.

지난해 경기도 성남에 "대추밭 한의원"을 개업한 신세대 한의사다.

대추밭 한의원에 들어선 환자들은 보통 두번정도 놀란다.

우선 깨끗하게 꾸며진 내부공간과 한의원에는 아울리지 않는 각종
첨단 장비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컴퓨터경락측정기 홍채진단기 간섭파측정기 등이 한방과 접목시킨
현대의료장비들이다.

그리고 진료실에 들어서는 아들뻘정도의 홍원장을 보고 또 한번 놀란다.

신세대 한의원으로서 최우선 과제는 환자와 신뢰감을 쌓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더구나 한두번 와서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쉽게 등을 돌리는 것이
초스피드시대를 사는 요즘 환자들의 모습이다.

홍원장은 의심과 화의로 가득찬 환자의 눈빛을 대할때 가장 난감하다.

그가 연륜부족에서 오는 이러한 어려룸을 극복하는 길은 실력을
보여주는 것뿐.

그는 얼마전 친식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를 완치시켰다.

천식에 알레르기 증상이 겹쳐 감기만 걸려도 응급실로 실려가는
중증환자였다.

그동안 안다녀본 병원이 없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어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홍원장은 어린이 천식완치과정을 통해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한번 절감할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방의 원리는 인체의 자연치유율을 극대화하는데 있습니다. 단순히
질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보다 근본적인
치료책을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방의 처방은 눈에 염증이 나면 염증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간 등 인체의 다른 부위까지 강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합니다"

한의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의원하면 보약을 짓고 침이나 놓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다.

"한방을 비과학적인 민간요법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한방은 수천년간 지속돼온 전통의학입니다. 한의학도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홍원장은 한의학이 양의학에 밀렸던 윈인으로 한의사들의 도전의식
부족을 꼽는다.

한의사들이 학문연구를 게을리하고 자기 틀안에 쉽게 안주해왔다는
지적이다.

한의원도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

한의학과가 증설되면서 한의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홍원장이 진료외에 학문연구의 강도를 높여가는 이유다.

한의원도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도태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손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