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중앙은행제도 개편안에 따라 재정경제원이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하면 정부가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특융을 남발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한은은 정부의 금융개혁안은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을 시장 참가자로서만
수행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최종대부자 기능을 재경원이 갖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은행부도 등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타개하려면 현재와 마찬가지
로 한은 특융이 유일한 방책인데 특융결정이 순수한 금융위기의 수습 차원이
아닌 정치적 목적에 의해 남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돌발적인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재경원이 예금보험기구만의
힘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한은의 특융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면서 "따라서 재경원이 금통위에 대한 의안제안권을 이용해 한은으로 하여금
발권력을 동원토록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2년 대선을 앞두고 주식시장에서 큰 손실을 본 중산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당시 조순 한은총재 등 각계의 광범위한 반대에도 불구, 재무부와
청와대가 투신사 경영정상화를 위한 2조9천억원의 특융을 강행한 사실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특융을 결정할 때도
정치적 영향을 받곤 하는데 재경원이 지원여부를 좌지우지 한다면 정치적
성격의 특융은 지금보다 더 빈번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