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진출 외국기업들이 반환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반환 후에도 홍콩내
투자를 더욱 확대하거나 최소한 현 상태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중국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특히 미국계 기업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홍콩에 진출해 있는 미국계 기업수는 1천여개.
이중 홍콩을 아시아지역본부로 사용하는 기업만 4백개로 세계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대홍콩 투자는 지난 95년말 현재 1백10억달러로 영국 일본 중국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미국기업들은 영국의 텃세에 눌려 홍콩 진출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왔다.

그러나 주권 반환으로 영국기업이 누려온 각종 특혜가 사라짐에 따라
미국계 기업들은 지금을 홍콩 진출의 적기로 삼고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홍콩 상하이은행 스탠더드차터드은행 등 영국계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던
미국계 은행들이 시티뱅크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

홍콩을 ''중국판 뉴욕''으로 만들려는 중국측의 의도와도 맞아 떨어져
미국계 은행들은 그 어느때보다 사기가 충천해 있다.

미국 10대 은행중 하나인 뱅커스 트러스트 컴퍼니(BTC)의 루드위그 중국
담당상무는 ''반환으로 보다 많은 중국기업들이 홍콩 진출을 꾀할 것이기
때문에 자금 수요가 더욱 커져 영업 활동이 매우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기업들에 비해 다소 소극적이긴 하지만 일본기업들의 ''홍콩사랑''도
만만찮다.

진출기업수에선 2천개로 미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홍콩내 외국인 투자중 일본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30%와 16%로 각각 2위에 랭크돼 있을 정도로 매우 높은 편.

상당수 일본계 기업들이 오는 2000년까지 홍콩내 종업원수를 늘리거나
최소한 현상태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처럼 일본기업들이 반환 이후에도 사업을 확대하려는 것은 무엇보다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로서 홍콩이 최적지라는 판단에서다.

전문인력 확보 용이, 경제성장 능력, 낮은 세율, 일본과의 근접 등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마쓰시타전기 후지전기 등 일부 일본기업들 사이에 홍콩을 대중
비즈니스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마쓰시타는 물류업무를 담당해 왔던 홍콩의 마쓰시타전기국제물류공사를
개편, 금융업무기능을 추가했다.

급격히 늘고 있는 중국현지법인의 자금 수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후지전기 역시 지난 2월 홍콩에 전액출자 현지법인인 후지물류를
설립해 창고 운송 수출입대행 등의 업무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영국계 기업들.

이들도 홍콩 장래를 낙관하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반환후 단지 영국계라는 이유만으로 입을수도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화''를 통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주력업종의 해외이전이 불가능한 기업은 영국계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증자시 중국자본의 참여를 허용, ''정치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캐세이퍼시픽이 중국 최대 투자/무역회사 시틱의 홍콩 자회사인 시틱
퍼시픽에 주식을 대거 팔아 넘긴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독특한 생존전략이다.

지은 ''죄''가 많은 일부 영국계 기업은 일찌감치 홍콩을 탈출해 인근
싱가포르 등지에 피난처를 마련했다.

홍콩기업순위 2위로 영국계의 대표주자격인 자딘마티슨의 경우 지난
84년 ''영국-중국 공동성명'' 조인 직후 홍콩을 등지고 본부를 싱가포르로
옮겼다.

자딘마티슨은 아편전쟁을 계기로 급성장한 기업으로 그동안 노골적으로
친영, 반중 노선을 표방해 왔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계 기업들도 신홍콩호 승선을
서두르고 있다.

주권반환에 과거 식민지 시대의 청산과 신아시아시대를 연다는 상징적
의미까지 부여하면서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다.

물론 이들의 최종 목적지도 중국이다.

- 홍콩 특별취재반
임혁(산업1부 기자)
김수찬(국제1부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