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이 은행 경영 개선방안은 비상임이사제의 개편과 금융지주 회사 설립이
골자다.

5대 그룹의 은행 경영참여를 허용하고 금융지주 회사를 통해 금융산업의
장벽을 허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은행 소유제한 완화에 대해서는 10%선까지 허용한다는 당초의 방침을
전면 철회하고 다음 정권으로 과제를 이월시키고 말았다.

정부는 금융감독원 설립이후 금융업의 동향과 경제력 집중 추이를 보아가며
소유문제를 재론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결국 먼 장래의 일로 ''봉인''된
셈이다.

그러나 비상임 이사회의 사실상 전면 개편을 통해 소유제한 완화에 버금가는
경영 혁신을 도모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특히 그동안 은행 비상임 이사회 참여가 배제되었던 5대 대기업 그룹을
은행 비상임 이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점이나 소액주주 대표를 배제한
점, 비상임 이사회를 주주 중심으로 구성되도록 한 것은 공익성보다는 효율성
에 은행 경영의 초점을 맞춘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이같은 제도개편에 따라 삼성그룹 등 일부 대기업그룹은 비상임 이사 파견을
통해 은행경영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은행에 대한 완전한 단독 소유는 이번에도 불발로 끝났지만 최고 4%
까지 은행주를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 그룹들이 일종의 주주연합 방식을
통해 공동으로 은행을 지배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비상임 이사제도의 개편은 산업 자본의 은행 지배는
막으면서도 은행 경영에 기업경영적 요소를 도입하려는 나름대로의 고육책
이라고 볼수 있다.

물론 정부는 대기업들이 은행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에 대해서도 비상임 이사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같이 터놓아
일종의 견제및 정부 간섭 장치를 만들어 놓고 있다.

이는 정부의 기관투자가를 통한 은행경영 개입이라는 구태를 재연시킬
가능성을 높여 놓고 있다.

일종의 독소조항인 셈이다.

강부총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10% 이상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나 선진외국들도 은행 소유에 대해서는 비교적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고 국내기업들의 높은 차입비율 등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음을 감안해
이처럼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된 은행개혁방안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금융지주회사 제도의
도입이다.

정부는 경제력 집중을 우려해 그동안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엄격하게 통제해
왔으나 은행 산업의 구조조정과 금융의 겸업화 추세에 비추어 더이상 이를
막을 명분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은행의 소유제한을 현행대로 유지키로 한 만큼 금융지주회사는
주인 없는 은행이 중심이 되고 산하에 종금 증권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인 있는 보험이나 증권사가 역으로 은행업 등을 영위하는 지주회사를 설립
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어쨌든 정부의 이번 은행경영개혁 방안은 결론이라기 보다는 잠정안이며
결단이라기 보다는 미봉책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5일자).